박준영 변호사 "진실규명해 억울함 풀어줘야…올해 안 재심 청구"
경찰 "청구 내용 검토 후 필요한 부분 협조할 것"

억울한 옥살이를 호소한 화성연쇄살인사건 8차 사건 범인 윤모(52) 씨의 재심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가 15일 경찰에 당시 수사기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화성 8차사건 재심 변호인 '수사기록 정보공개' 청구(종합)
박 변호사는 이날 오전 화성사건 수사본부가 있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을 방문해 당시의 공판기록과 조사기록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했다.

청구서에는 1989년 7월 윤 씨가 체포된 과정과 윤 씨의 진술, 현장검증 조서 등 8차 사건과 관련한 모든 기록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청구서를 제출한 박 변호사는 취재진에게 "통상 재심 사건의 경우 경찰이 상대편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사건은 진실규명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 편이나 다름없다"며 "현재 경찰의 수사 방향도 재심 준비 과정과 거의 동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 과정에 있기 때문에 모든 기록을 공개할 수 없는 부분은 이해하지만, 최소한 윤 씨 본인의 진술과 그에 연관된 의미 있는 진술 기록은 받았으면 한다"며 "빨리 진실을 규명해서 억울함을 풀어주는 건 경찰과 우리의 공통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재심 신청 시기와 관련, 박 변호사는 "빠르면 올해 안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춘재의 자백이 범인만 알 수 있는 사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며 "자백을 뒷받침할 수사기록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속도로 사실관계가 확인된다면 올해 안에 무조건 재심 청구가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을 통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한 정보공개는 어렵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으나, 재심을 준비한다는 청구 취지를 접한 뒤 가급적 협조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정보공개 청구가 접수되더라도 수사 중인 사안에 관한 건 제공이 어렵지만, 진상 규명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방침을 바꿨다"며 "청구서 내용을 검토한 뒤 제공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해선 협조하겠다"고 설명했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한 가정집에서 박모(당시 13세) 양이 성폭행 당하고 살해당한 사건이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서 수거한 체모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방사성동위원소 감정을 의뢰한 결과 윤 씨(당시 22세·농기계 수리공)의 것과 일치한다는 내용을 전달받고 사건 발생 이듬해 7월 그를 검거했다.

검거 당시 윤 씨는 범행을 인정했으나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경찰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과 3심 모두 이를 기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