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11번가는 지난달 한 물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반품 택배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경쟁자인 위메프 반품도 담당하는 회사였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중고나라’도 이곳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CJ오쇼핑, GS샵 등 TV 홈쇼핑사와 K쇼핑 등도 이곳을 활용한다. 홈픽이란 회사가 반품을 담당하는 유통회사는 11곳에 달한다.홈픽은 지난해 9월 4만2000개의 택배를 다뤘지만 지난달에는 70만 개를 처리했다. 1년 만에 16배 증가한 수치다. 홈픽은 네트워크가 적은 외국계 전자업체 반품으로 영토 확장을 추진 중이다. 아이디어를 갖춘 스타트업과 주유소 유휴공간을 활용하려는 SK에너지가 만나 ‘반품물류’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다.반품·개인 택배 시장에 눈 떠스타트업 줌마는 지난해 5월 SK에너지와 제휴해 택배 브랜드 홈픽을 출범시켰다.줌마를 설립한 김영민 대표는 2003년 농수산홈쇼핑(현 NS홈쇼핑)에 입사한 이후 택배 업무만 했다. 그는 “지금은 당연해진 익일(다음날) 배송을 2005년 농수산홈쇼핑에서 처음 시도한 뒤 배송은 빨라졌지만 이후 반품 서비스는 굉장히 더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김 대표는 “택배 물량 중 10% 정도가 반품과 중고거래 등 개인 택배 물량”이라며 “작년에만 2억5000만 개 정도의 개인 택배 수요가 있었다”고 말했다.오랜 기간 반품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다른 회사의 실패도 목격했다. 핵심 문제는 ‘도심 내 물류창고 유지비용’이었다. 택배전문가인 김 대표의 눈에 주유소가 들어왔다. 차가 드나들기 쉽고, 빈 공간은 많고, 도심 어디에나 있는 물류 거점의 세 요소를 다 갖춘 곳이었다. 2017년 줌마를 창업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주유소 창고가 만든 공유경제김 대표는 창업 직후 SK에너지 주유소관리팀을 찾아갔다. “주유소의 남는 공간을 쓰게 해주면 임대료를 내겠다”고 제안했다. 때마침 최태원 SK 회장이 “주유소의 남는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보라”고 지시했다.SK는 6개월간 검토 끝에 줌마와의 제휴를 결정하고 홈픽 브랜드로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다. 홈픽의 홍보와 마케팅은 SK가, 사업 운영은 줌마가 맡기로 했다. 정유업계 라이벌이던 GS칼텍스도 이 사업을 함께 하자고 제안해 주유소를 물류거점으로 제공하기로 했다.SK와 GS를 합쳐 현재까지 전국 412개 주유소를 홈픽의 물류거점으로 확보했다. 경영난을 겪던 주유소 사장들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노는 공간을 빌려주고 홈픽으로부터 임대료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류센터 없이 가장 큰 문제를 해결했다.주문 1시간 내 전담기사가 수거홈픽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택배 발송을 의뢰하면 주문자가 있는 지역까지 1시간 안에 전담기사가 방문해 물건을 수거해 간다. 가정주부는 집으로, 회사원은 자신이 있는 직장으로 기사를 부를 수 있다. 11번가는 반품 신청을 하면서 ‘홈픽으로 발송’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홈픽이 주로 사용하는 차량은 대형트럭이 아니라 최대 450㎏을 실을 수 있는 ‘다마스’ 봉고차다.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기에 적합하다. 주유소의 한 공간에 택배를 쌓아두는 것까지만 홈픽이 한다.제휴를 맺은 한진택배가 이를 수도권 및 지방으로 나른다. 대형 택배사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을 담당하는 ‘초미세물류’ 역할을 하는 셈이다.줌마는 정유업계 1, 2위와의 제휴에 성공하면서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1년여 만에 전국망을 갖췄다. 초미세물류 시장은 현재까지는 경쟁사가 없다. 김 대표는 “외국계 가전회사들이 한국에서 AS(사후 서비스)를 하려 해도 수거를 위한 물류망이 없어 홈픽과 제휴를 하고 있다”며 “세탁 수거, 짐 보관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독방에 갇힌 죄수에게도 커피를!”이탈리아 이야기입니다. 세계 최초로 1884년 에스프레소 기기를 개발해 20세기 커피산업의 황금기를 이끈 나라. 이탈리아에선 커피가 한 사람의 인권과도 같다고 이야기하죠. 감옥에 갇힌 죄수들에게도 커피만큼은 꼭 준다고 하니까요.초창기 에스프레소 기기를 찾아보면 대형 보일러를 연상하게 합니다. 이탈리아 사람들 모두가 에스프레소를 즐기게 한 주인공은 모카포트(사진).앙증맞은 소형 주전자 모양인 모카포트의 원래 이름은 불 위에 올려 에스프레소를 뽑는다는 뜻의 ‘스토브 톱 에스프레소(stove top espresso)’입니다. 1933년 이 기기를 최초로 개발한 이탈리아의 알폰소 비알레티가 ‘모카 익스프레스’라고 이름 붙였고, 지금은 이 이름을 따서 모카포트가 고유명사처럼 됐습니다. 90%가 넘는 이탈리아 가정에서 쓰는 기기이자 대대로 물려주는 그야말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상징이 됐습니다.모카포트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기기입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더 뛰어난 성능에 인공지능까지 결합한 커피 기기가 세계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지요. 하지만 여전히 모카포트는 가장 싼 가격으로 누구나 쉽게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기기로 남아 있습니다. 커피의 지방층을 걸러내지 않아 조금 투박하지만 3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3~4분 내에 에스프레소를 뽑아낼 수 있으니까요.모카포트는 압력밥솥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총 세 개의 파트. 기기 아래쪽의 보일러에서 서서히 물을 끓여 공기압이 물을 밀어올리면 그 힘이 순간적으로 중간 부분의 커피 사이를 관통하며 맨 위쪽으로 진한 에스프레소를 뿜어 올립니다.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맨 아래 보일러에는 찬물을 채우고, 중간 바스켓에는 20~22g의 곱게 간 커피를 담아 평평하게 펴줍니다. 전체를 꽉 잠가 다시 조립한 뒤 가스레인지에서 중불로 끓이죠. 보통 3~4분 정도 지나면 추출되기 시작합니다. 모카포트는 에스프레소 샷 한 잔부터 열두 잔까지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사이즈가 있습니다.정통 이탈리안 커피를 표방하는 파스쿠찌는 최근 역삼점에 모카포트 전용 바를 꾸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이탈리아를 넘어 전 세계인이 집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모카포트를 개발한 비알레티는 자신이 죽을 때 유골함마저 모카포트로 해달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1970년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유족들은 그 뜻을 받들어 장례식을 치렀답니다.destinybr@hankyung.com
백화점업계가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가을 정기세일을 한다. 상품 물량을 전년보다 20~30% 늘렸지만 할인 경쟁만으로는 다른 유통채널과 차별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17일간 진행하던 세일 기간을 10일로 크게 단축했다.롯데백화점은 롯데쇼핑 창립 40주년을 맞아 카디건, 코트, 패딩 등 동절기 아우터 물량을 전년 대비 20% 이상 늘렸다. 잠실점과 청량리점에서는 베네통, 시슬리의 패딩과 카디건 등 아우터 상품을 최대 50% 할인해 판다. 24만원대인 ‘베네통 폭스후드 야상패딩’과 18만원대인 ‘시슬리 싱글코트’가 대표 상품이다.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전국 15개 점포에서 세일에 나선다. 의류·잡화 등 40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해 올해 신상품을 10~30% 할인한 가격에 판매한다. 무역센터점은 27~29일 10층 문화홀에서 ‘프리미엄 리빙 초대전’을 열고, 리네로제 등 20여 개 가전·가구 브랜드의 이월상품을 최초 판매가 대비 30~60% 깎아 판매한다.신세계백화점은 세일 기간 상품권 증정 행사를 연다. 첫 주말인 27~29일에는 신세계 씨티카드로, 10월 3~9일은 신세계 삼성카드로 패션 부문에서 60만·100만원 이상 구매 시 구매금액의 5% 해당하는 상품권을 증정한다.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