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박스권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출렁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생산설비가 폭격을 받아 가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으로 증시에서 업종별 희비가 갈릴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16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62.9달러로 마감했다. 전날보다 14.68% 급등했다. WTI가 60달러를 넘어선 것은 7월 이후 처음이었다. 미국이 전략 비축유의 수출을 허용하고, 사우디가 재고를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조정을 받았다. 지금은 50달러 후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제 유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추가 충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 생산시설 복원 시기와 중동 지역 내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고조 여부에 따라 유가 상승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 급등이 단기간에 그친다면 한국은 물론 글로벌 경기에도 긍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연구원은 “유가 상승의 혜택을 받는 업종의 업황이 개선되면서 그 온기가 제조업 전반에 미칠 것”이라며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쏠림 현상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유주는 국제 유가 상승의 대표적 수혜주로 꼽힌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이 단기에 그칠 경우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정유사 실적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싼값에 사 놓은 원유에 평가이익이 발생하는 것도 정유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에쓰오일 등 정유주를 비롯해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자원개발주, 조선주인 삼성중공업, 플랜트 관련 종목인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을 추천했다. 한국경제TV 전문가인 김우신 파트너는 “유가 상승은 원유 플랜트 발주 물량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해외 플랜트 발주가 증가하면 대형 건설주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