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안 쓰고도 며칠내 승리 가능하나 1천만명 죽게 돼 안한다"
피해 강조해 탈레반에 '양보 압박' 분석, 아프간 '모욕'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장기화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분쟁과 관련, 대량의 인명살상도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라는 험악한 발언을 되풀이해 아프간 측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최악의 사태를 예로 듦으로써 거꾸로 화평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생각으로 보이지만 당사자인 아프가니스탄의 불신을 강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5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우리가 희망하면 (반정부세력인 탈레반과의 분쟁에서) 며칠내에 이길 수 있다", "핵무기가 아니라 재래식 무기로", "(그건) 항상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라고 백악관 기자들에게 말했다.

다만 그럴 경우 1천만명을 죽이게 되기 때문에 "희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천만명은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약 30%에 해당한다.

수만명으로 추정되는 탈레반 세력보다 까마득하게 많은 수치다.

트럼프로서는 피해를 크게 보이게 함으로써 그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 평화를 향한 양보를 탈레반에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는 풀이했다.

"대량살상도 아프간 분쟁해결 선택지 중 하나" 트럼프 막말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아프가니스탄을 '테러리스트 제조공장'으로 부르거나 "(미국이 원하면) 아프가니스탄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말해 아프간 정부의 항의를 받았다.

SNS에서는 '모욕'이라거나 '차별적'이라는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만약을 가정한 이야기라고 해도 분노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는 건 실제로 다수의 시민이 전투로 희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에 따르면 미군과 아프간 정부군의 공격으로 인한 올 상반기 사망자수는 717명으로 전체 아프간 분쟁 희생자 수의 52%를 차지, 탈레반 등 무장세력에 의한 희생자수 보다 많았다.

카르자이 전 대통령은 2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여성과 어린이를 죽이지 말라"며 미국의 잇단 오폭을 비난했다.

미국은 작년 7월부터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를 목표로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탈레반이 전투행위 축소에응하는 등 진전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3일에는 카타르에서 8번째 협상이 시작됐다.

이번 협상에서는 미군 철수 시기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NBC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1월 대선전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병력의 전면 철수를 원한다는 입장을 보좌진에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해 12월에는 아프간 주둔 병력을 전원 철수하고 수도 카불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폐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 것으로 보도됐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철수하면 현지 미 대사관 직원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는 만큼 폐쇄해야 한다며 지금이 미국이 전쟁에서 손 뗄 적기이며 그렇지 않으면 1980년대 소련처럼 미국도 '파산'할지 모른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