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내 개발제한구역서 난데 없는 건축허가…주민들 "구청 과실" vs 구청 "법원 판결 따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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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자곡동 쟁골마을 도로 한복판. 한 주민이 차량을 세워두고 공사차량이 드나들 수 없도록 길목을 막아섰다. 마을 입구에선 “합법적인 공사니 문제 없다”는 토지주 측과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주민들 사이에 시비가 붙어 경찰까지 출동했다. 이후 쟁골마을 주민들은 지난 10일부터 마을 입구에서 주택 신축을 반대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쟁골마을에서 갈등을 일으키게 된 이 토지는 구청의 매입 없이 개인 토지주 소유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 토지는 1991년 3.3㎡(평)당 60만원에 손바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의 개발제한구역 토지들은 현재 3.3㎡당 700~1000만원선에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바로 맞은편에 있는 취락지구 시세는 3.3㎡당 3000만원 선을 웃돈다. 올해 이 토지의 공시지가는 ㎡당 63만7500원이지만 건축허가가 날 경우 공시지가의 15배 가격으로 평가받게 된다.

해당 주민들은 이번 건축 허가 결정을 두고 개발제한구역서 구청이 매입하지 않은 토지를 이용한 ‘땅투자’가 성행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강남 일대 전원마을을 비롯해 서울 교외 곳곳에 있는 개발제한구역 내에는 이 토지와 같이 지목이 대(垈)이면서 도로와 접해 있는 개인 소유인 토지들이 상당수 있어 이같은 사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건축허가로 개발제한구역에 나대지로 방치된 토지들이 개발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며 “환경 보전 목적으로 생긴 개발제한구역이 개발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