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시장 "변화·혁신 원동력은 절박함…車부품 기술혁명, 이미 대구서 시작"
“자동차 부품기술 혁명은 이미 대구에서 시작됐습니다. 지금은 완성차업체가 시장을 이끌지만 앞으로는 혁신적인 부품을 개발한 부품업체들이 시장을 이끌어가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권영진 대구시장(사진)은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권 시장은 “혁신적인 부품기업들이 완성차 기업을 선택하고 신차 개발을 끌고 가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대한민국 자동차산업도 그래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시장은 “5년 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산업으로 구조전환을 주장했을 때 지역경제계와 자동차업계에서의 반응은 싸늘했다”며 “하지만 급격한 시장상황 변화를 목도하면서 업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품산업의 독자적 생태계를 위한 협업체계가 필요하다”며 “중견기업이 중심이 돼 중소기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협업하는 틀을 짜도록 대구시가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와 관련한 대구시의 성과는 어떤지요.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미래차 연구개발이 활발합니다. 국내 처음으로 제인모터스가 1t 전기화물차에 대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인증을 마치고 15일부터 택배사에 대한 공급을 시작했습니다. 대구시는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에 친환경화물차에 대해 신규허가를 해달라는 건의를 시작으로 지난해 2월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을 이끌어냈죠. 기존 법은 신규 화물차의 시장진입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택배회사들이 화물차 면허를 사는 데만 3000여만원이 들지만 이제는 전기화물차로 등록하고 관리비용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와 자율차 부품기업들의 창업과 기술개발도 활발합니다. 충전기제조 스타트업인 대영채비는 200억원대 매출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대구의 SSLM은 테슬라 전기차의 분리막을 전량 공급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우리 부품기업들이 전기차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생산하는 능력들이 굉장히 높아졌죠. 내연기관 중심의 부품개발사들의 생각이 완전히 바뀐 것도 큰 성과입니다.”

▷정치인 출신 시장이 어떻게 자동차산업의 변화를 예감할 수 있었습니까.

“2015년 유럽 출장 때입니다. 당시 유럽은 디젤차에 몰입할 때였는데 보쉬 등 유럽 자동차 부품 메이커는 우리가 먼 미래라고 생각하는 전기차와 자율차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습니다. 내연기관에 안주하다가는 대한민국 자동차산업은 물론이고 대구의 주력산업인 자동차부품산업이 완전히 붕괴될 위기가 올 거라고 판단했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도 ‘세상이 이미 변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당시 콘셉트카를 아주 먼 미래의 차로 생각했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와 있는 미래’였습니다. 변화와 혁신의 동력은 절박함에서 나옵니다. 다가올 미래가 눈앞에 보이는데 기업은 스스로 변화하고 혁신할 역량이 부족했죠. 중앙정부나 완성차업체가 선도하지 않는다면 지방정부라도 나서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구에서라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해 우리 돈(시비)을 들여 시작했습니다. 그게 2016년 시작한 미래자동차 선도기술개발사업입니다. 산업부에도 이런 연구개발(R&D) 과제를 만들어달라고 해 시작했습니다. 미래형 자율주행차 R&D기반 구축 및 부품산업 예타사업을 준비 중인데 정부가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환경부가 대구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한국물기술인증원을 6월 설립한다는데, 유치를 위해 노력을 많이 했지요.

“그동안 서울시장이 주로 맡아왔던 한국상하수도협회장을 두 번씩이나 맡은 것은 대구를 포함한 우리 물기업의 육성과 해외 진출을 위해서였습니다. 물산업을 미래산업으로 열어가야 한다는 것은 2003년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됐는데 추진 과정에서 온갖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물산업 육성을 위한 물산업진흥법 통과,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조성을 이뤄냈습니다. 지역 여야 국회의원들과 함께 5년간 노력해 결실을 맺은 셈이죠. 내달 완공되는 대구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24개를 유치했습니다.한국물기술인증원이 설립되면 기업 유치에 탄력이 붙을 것입니다. 앞으로 150개 첨단 물기업을 유치해 세계적인 기술 10여 개, 수출 7000억원, 신규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해 대구를 글로벌 물산업허브도시로 키우겠습니다.”

▷대구시는 그동안 기업 성장을 위해 법을 바꾸고 초기시장 창출을 돕는 등 남다른 노력을 했습니다. 대구에서 2007년 시작한 스타기업 육성사업이 정부사업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동안 대구는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연구개발하는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기업지원기관들이 혁신을 이끄는 주체가 돼왔습니다. 40개 기업지원기관장과 소통하며 기관에 소속된 160여 명의 PM들을 조직화하고 연결시킨 것이 스타기업 정책이 성공한 비결입니다. 대구 혁신의 힘은 바로 여기서 나왔습니다. 세계적인 스케일업 사례입니다. 앞으로 스타기업뿐만 아니라 10인 이상의 제조기업 3200개 나아가 2만6000개의 제조기업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변화와 혁신에 실패나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변화와 혁신에 중요한 게 인내입니다. 공무원과 시민사회가 초창기 ‘권영진 시장이 혁신한다는데 성과가 뭐냐’고 했지만 이젠 달라지고 있습니다. 저는 대구 산업구조 혁신기간을 15년으로 봅니다. 이제 5년이 지났습니다. 스타기업 육성정책 정부정책화, 한국물기술인증원 유치, 전기화물차 국내 첫 생산 등 체감할 수 있는 성과들이 나온 만큼 2030년에는 대구의 산업구조 혁신을 완성할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