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자동차 부품기술 개발이 활발한 자동차부품연구원 대구경북본부 주행시험장.  /자동차부품연구원 대구경북본부 제공
미래자동차 부품기술 개발이 활발한 자동차부품연구원 대구경북본부 주행시험장. /자동차부품연구원 대구경북본부 제공
대구지역 자동차 부품기업을 중심으로 미래자동차 핵심 부품 연구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 주목받는 기술은 내연기관의 하이브리드 및 다운사이징 기술(엔진의 크기와 배기량을 줄여 배출가스를 감소시키면서도 기존 엔진보다 효율을 높이는 기술)과 친환경자동차인 전기차 및 수소차, 수소연료전지차 기술이다.

대구의 중견 자동차 부품기업인 삼보모터스(대표 이재하)는 이미 10년 전부터 내연기관 부품사의 한계를 인지하고 친환경 아이템에 주목해 전기차용 기어박스 연구개발에 성공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 납품도 이뤄냈다. 이재하 회장은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도 완성차업체와 함께 연료전지 분리막 등 중요 아이템을 연구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기계적인 부품 외에 정보기술(IT)을 이용한 터치 HMI(인간의 인지세계와 기계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에 투자해 2021년에는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차에 터치 기술 아이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다운사이징 분야에서는 터보엔진 시스템의 핵심부품 중 하나인 터보 오일라인 아이템을 미국 GM과 4년 전부터 공동개발해 최근 출시된 GM의 신형 터보시스템에 전량 장착했다.
자동차 부품 인증을 위한 장비 4×4새시 다이나모 미터가 구비된 시험실.
자동차 부품 인증을 위한 장비 4×4새시 다이나모 미터가 구비된 시험실.
글로벌 자동차 부품기업 에스엘(대표 이충곤)은 능동형 하이빔인 ADB(지능형) 램프와 HMI 기술을 적용해 핸들과 변속레버를 통합한 통합컨트롤러 등을 연구개발 중이다. 자율주행차 시대의 램프는 결상광학기술을 활용, 보행자를 위해 ‘지나가도 좋다’는 문자를 각인하거나 후방 차량이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 ‘떨어지세요’ 등의 문자를 표시한다.

대구시와 자동차부품연구원 대구경북본부(본부장 이봉현)가 2016년 시작한 ‘미래형자동차 선도기술 개발사업’이 전환기에 놓인 대구 자동차 부품산업의 혁신 성공모델이 되고 있다. 이는 대구시가 내년까지 128억원을 투입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고부가 핵심부품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승호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순수 대구시 연구개발 사업으로 내연기관차 위주인 지역 자동차 부품기업의 전환과 글로벌 시장진출을 돕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13개 과제를 수행해 233억원의 매출 상승, 신규 고용 창출 103명, 지식재산권 52건 등록의 성과를 냈다. 사업비 지원 1억원당 평균 매출이 4억7000만원으로 국가연구 개발사업(2억1000만원)의 두 배, 고용은 1억원당 1.8명으로 국가연구 개발사업(0.22명)의 여덟 배 효과를 냈다. 최운백 대구시 혁신성장국장은 “완성차 업체의 공급협력사 등록, 대기업 납품계약 성사 등 굵직한 성과를 잇따라 내고 있다”며 “미래자동차 부품혁명이 대구에서 시작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운사이징에 수소전지까지…대구 車부품기업들, 미래차 기술 연구개발 본격화
2014년 액티브 후드 리프트 시스템 개발에 성공한 평화정공(대표 김상태)은 액티브 보닛 야간보행자 검출성능과 관련한 공인 기관 성능평가를 완료했다. 국내 완성차업체와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전방 장애물을 검지하는 첨단센서기술이 핵심기술로 보닛은 물론 트렁크 쪽의 장애물도 감지한다.

100㎾급 전력부 분리형 전기차충전장치 개발에 나선 대영채비(대표 정민교)는 이 사업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110억원의 매출을 내고 환경부 전기차 충전기 납품에도 성공했다. 2016년 창업한 이 회사는 창업 이듬해에 매출 111억원, 지난해는 234억원 규모 기업으로 성장했다. 유럽의 CE인증을 마치고 글로벌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울산의 디아이씨는 대구국가산업단지에 제인모터스(대표 김성문)를 설립하고 1t 전기화물차를 개발, 정부인증을 국내 처음으로 받았다. 15일 롯데글로벌로지스 공급을 시작으로 국내 택배물류사와의 납품계약을 잇따라 추진할 예정이다. 성림첨단산업은 전동식 컴프레서용 영구자석 전동기과제를 수행해 모터 마그넷을 납품, 간접매출 28억원을 달성했다.

대구시와 자동차부품연구원의 선도기술 개발에는 자율주행기술 분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도 참가했다. 차량 간 통신(WAVE)기술 기업인 세스트는 대구수성알파시티 스마트시티 조성 과정에서 SK텔레콤에 WAVE 단말기(OBU)와 통신노변장치를 개발, 납품해 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장치는 지난해 수성알파시티에서 열린 대학생 자율주행 경진대회에도 활용됐다. 이석호 자동차부품연구원 대구경북본부 C-오토사업단 팀장은 “자율주행시대에는 차량과 노변기기 간 또는 차량 간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기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신안상사는 자회사인 태산하이테크를 설립해 중국 송과차에 전기차 엔진모듈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차지인(대표 최영석)은 일반 220V 콘센트에서 전기차를 충전할 때 사용하는 ‘앱 기반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 임시허가를 신청해 지난 2월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선정됐다. 차지인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서비스를 개발해 국내 기업에 납품했다.

자동차부품연구원은 3000㎞ 이상의 실차 FOT(필드적용테스트) 데이터를 확보했다. 10종 이상의 센서 데이터로 구성된 자율주행차 실도로 실증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지역기업 기술개발 지원과 국내 자율주행 표준화에 활용해오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 선도기술 개발사업을 주관하는 이봉현 자동차부품연구원 대구경북본부장은 “미래차 시대에는 완성차 못지않게 부품사가 더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본부장은 “경제 환경이 어려워져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시기에 대구시가 미래기술 개발에 선도적으로 지원한 것은 시의적절했고, 이는 전국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최운백 대구시 혁신성장국장은 “기업, 자동차부품연구원 등과 함께 힘을 모아 미래차 신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대구를 미래 자동차산업 선진도시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