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역마살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를 따라가다
레프 톨스토이(1828~1910)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대문호로 꼽히는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는 ‘역마살의 대문호’라는 별명이 붙은 작가다. 그가 바쁘게 떠돌아다닌 도시는 역동적이고 파란만장한 삶의 과정을 대변한다. 그속에서 도스토옙스키는 끝없이 방황하고 고뇌했으며 좌절하고 다시 살아났다. 톨스토이가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처럼 서사시 같은 웅장한 역사 드라마를 썼던 것과 달리 도스토옙스키는 《죄와벌》 《카라마조프가 형제들》처럼 소외되고 자아 분열을 겪는 인간 내면세계에 관심을 기울인 것도 이런 인생사와 연관이 깊다.

러시아문학자인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가 쓴 《매핑 도스토옙스키》는 도스토옙스키가 유럽 곳곳에 남긴 흔적을 직접 돌아보며 쓴 책이다. 저자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도스토옙스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유럽 도시와 장소들을 아홉 차례 오가며 ‘시간’ ‘공간’ ‘인간’을 축으로 하는 도스토옙스키 문학 지도를 그려냈다. 고향인 러시아 모스크바부터 문학적 영감의 원천이 된 상트페테르부르크, 감옥과 막사에서 30대 대부분을 보낸 시베리아, 도박중독에 빠져 배회하던 독일 등을 거닌다. 저자는 “그의 물리적 이동과 함께 정신적 궤적을 동시에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도스토옙스키가 머물렀던 집과 현판들, 지나쳤던 거리, 삶의 나락에서 좌절하고 다시 태어났던 감옥과 수도원들을 더듬으며 저자는 그가 숨 쉬던 삶의 여러 순간을 건드린다. 《죄와벌》 《카라마조프가 형제들》 등 도스토옙스키 5대 장편소설을 비롯해 그의 문학과 관련한 모든 주제는 대부분 그가 다니고 머물렀던 장소와 연결돼 있다. 그곳은 모두 도스토옙스키 작품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의 배경이 되거나 소설이 가진 의도를 전달하는 상징으로 사용됐다. 저자와 함께 그가 머물렀던 곳을 따라다니다 보면 그의 이동 궤적이 소설에서 어떤 사상적 움직임으로 복제돼 쓰였는지 느끼게 된다. (석영중 지음, 열린책들, 440쪽, 1만68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