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필드서 화끈한 선수로 기억되고파…올해 KLPGA 대상 받을 것"
“고깃집에 갔는데 다섯 명이 50만원어치나 먹었다니까요.”

2018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다승 1위 이소영(22·사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그 와중에 입꼬리는 올라갔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보조개도 쏙 들어가 있었다. 주변에 ‘한턱 쏘기’ 바쁜 이소영을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핑골프 피팅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이소영은 지난해 3승을 거두면서 상금 7억2719만원(5위)을 모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소영은 “3승은 정말 만족하는 결과”라며 “우승을 거둔 대회 중 컨디션이 좋은 대회는 하나뿐이었는데 지난해 꾸준히 잘 친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이 맨날 밥 사라고 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좋은 시즌이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강철 체력으로 3승까지

이소영은 지난해 존재감을 드러내기 전까지도 꾸준히 강한 선수였다. 슬럼프라고 부를 기간도 딱히 없었다. 국가대표 에이스 출신에 데뷔한 해인 2016년에는 1승을 거뒀다. 다만 신인왕은 그해 ‘핫식스’ 이정은(23)에게 내줬다. 이 때문인지 이소영은 쫓기듯 2017년을 보냈다고 했다. 그는 그해 꾸준히 상위권에 들면서도 우승 없이 상금 순위 20위(2억5991만원)를 기록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소영은 라운드 중 스코어에 집착하지 않고 경기를 즐기기로 마음먹은 지난해 꽃을 활짝 피웠다. 그는 지난해 4월 열린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와 7월 개최된 MY문영퀸즈파크 챔피언십, 9월 열린 올포유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꾸준함을 보여줬다. 비결은 체력이었다.

이소영은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해오던 것이 달리기”라며 “러닝머신에서 속도를 시속 8~10㎞ 정도에 세팅한 뒤 1시간을 쉬지 않고 뛰고, 대회가 없을 때는 동네에서 달린다. 한 번 뛸 때 7㎞쯤 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 공격적인 선수 될 것”

체력이 뒷받침되는 덕분에 매 샷 100%의 힘을 쏟는다. 이 때문에 그는 홀까지 힘 조절을 해야 하는 5m 단위의 거리가 남았을 때가 괴롭다고 한다. 파5홀에선 거리가 닿는다면 언제든 2온을 노리는 선수가 이소영이다. 장타 부문에선 평균 250.38야드를 기록해 8위, 그린 적중률은 81.09%로 KLPGA투어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완벽해 보이는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평균 30.92타로 76위에 그친 퍼트는 그가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이소영이 겨우내 전지훈련에서도 공들인 부분이 퍼트 실력이다.

이소영은 “샷은 거리 컨트롤이 안 돼 미칠 지경인데 퍼트는 짧게 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홀을 지나가게 쳐야 50%의 확률이라도 노려보는 건데 짧게 쳐 들어갈 찬스를 0%로 만들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소영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언젠가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자신과 신인왕 경쟁을 했던 이정은도 올해부터 LPGA투어에서 활약한다.

이소영은 “(이)정은이 언니처럼 나도 실력이 된다면 퀄리파잉 시리즈를 통해 LPGA투어에 진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며 “2주에 8라운드를 소화하는 게 체력적으로 엄청나게 힘든 일인데, 그걸 소화하고 1위를 차지한 언니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장 목표는 KLPGA투어 대상이다. 다만 그는 2017년을 곱씹으며 올해 역시 쫓기지 않고 차근차근 경기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했다. 이소영은 “선수로서 항상 받고 싶은 상을 꼽으라면 단연 대상이다. 대상은 항상 지니고 있는 목표이자 평생의 목표”라며 “필드에선 공격적인 선수, 또 화끈한 선수로 기억될 수 있도록 팬들이 만족하는 경기를 선보이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소영 "필드서 화끈한 선수로 기억되고파…올해 KLPGA 대상 받을 것"
■이소영의 원포인트 팁

"한 가지만 고치겠다고 집중하세요"
스윙 때 이것저것 생각하면 자멸…몰두하는 순간 더 좋은 결과


이소영의 꾸준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는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3승을 거두는 동안 세부 기록에서도 평균타수 6위(70.58타), 그린적중률 2위(81.09%)를 기록하는 등 1년 내내 꾸준함을 잃지 않았다. 이소영은 체력과 함께 심리적인 부분을 강조하며 “딱 한 가지만 가지고 필드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이소영이 강조하는 ‘한 가지’는 스윙 요소를 뜻한다. 그는 경기에 나서기 전 머릿속에 라운드 내내 생각할 스윙 요소를 딱 한 가지만 정해놓는다고 했다. 연습을 통해 스윙에서 잘 안 되는 부분을 잡아내고 그 부분만 신경 쓰면서 플레이한다. 부족한 부분은 확실히 보완하면서 다른 스윙 요소에는 신경 쓸 틈을 주지 않는다.

이것저것 생각하다 자멸하는 주말골퍼의 머릿속 ‘잡생각’을 잡아내는 데도 효과적이다.

“연습장에서 스윙하다 보면 잘 안 되거나 주의해야 할 점들이 보이잖아요. 그 부분만 머릿속에 두고 경기 내내 그 생각만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왼팔이 뻣뻣하면 힘을 빼고 구부려 올린다든가 엉덩이가 백스윙 때 먼저 빠지지 않게 한다는 등의 생각들이죠. 이처럼 하나에만 생각을 집중하다 보면 그 부분 외에 다른 ‘잡생각’을 할 틈이 없을 거예요. 몰두하는 순간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