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2019 (7) 日 투어 도전한 배선우

4년내내 톱10 진입한 '가성비 골퍼'
지나친 완벽함 추구로 한때 슬럼프
아이스하키 관전 취미 가지며 힐링

안정적인 국내투어 대신 日 '노크'
日 코스 좁아 정교한 샷 필요…기술적 변화대신 멘탈 강화 올인
"매 대회 커트 통과가 최우선 목표…묵묵히 걷다보면 우승 따라올 것"
배선우 "오밀조밀한 日코스 딱 내 스타일…욕심없이 '재미있는 골프' 칠 것"

배선우(25·사진)는 자신을 ‘가성비 골퍼’라고 부른다. 특별히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히 상금을 쌓고 승수를 올리고 있으니 그렇다는 얘기다. 그럴 만도 하다. 2014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그는 루키 때를 제외하고는 4년 내내 상금랭킹 ‘톱10’에 꼬박꼬박 진입했다. 2016년 생애 첫 승을 신고하며 2승을 올렸고, 지난해 2승을 추가했다. 통산 4승 중 메이저가 2승(KLPGA챔피언십,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이다. 그는 “과감한 베팅보다는 원금 보장형 전략을 좋아하는 편”이라며 “눈에 띄지 않게 거북이처럼 골프를 했다”고 말했다.

경쟁 싫어하는 거북이 골프서 승부사로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운수회사를 경영하던 할아버지가 “3대가 같이 골프를 치면 좋을 것 같다”며 골프를 권했다. 수영과 태권도(3단)를 또래보다 1~2년은 빨리 마스터할 만큼 운동 감각이 좋았던 그였다. 엘리트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빼먹지 않고 레슨을 받았다. 대회 성적까지 좋았던 건 아니었다.

“동기인 장수연, 김지희가 저보다 더 잘나갔죠. 아시안게임 메달도 친구들이 따냈고요. 저도 국가대표가 되긴 했지만 우승보다는 대회를 꾸준히 나가 ‘포인트’를 야금야금 쌓아서 된 거라 운이 좋았다고 봐야 해요.”

그는 골프를 대하는 자세가 조금은 복잡했다고 했다. 골프는 좋았고 승부근성도 있었다. 하지만 경쟁이 싫었고, 주목받고 싶지도 않았다. 양립하기 힘든 마음이 모두 존재했다. 심지어 그는 프로가 된 이후에도 ‘상생’을 먼저 떠올렸다고 했다.

그런 마음을 좀 더 ‘직업정신’에 가깝게 다잡아준 계기가 2015년 9월 한화클래식이었다. 당시 그는 노무라 하루(일본)와 생애 첫 연장전을 벌여 패했다.

“진짜 펑펑 울었어요. 간절히 원해도, 지기 싫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절절히 깨달았고요.”

그다음에 겪은 연장전에선 지지 않았다. 배선우는 “긴장감을 다루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고 했다.

2016년 생애 첫 승과 메이저 대회 우승 등 2승을 올리며 두각을 나타낸 그는 이듬해 1승도 건지지 못했다. 그는 “버티자는 생각으로 한 시즌을 보낸 것 같다”며 “잘 버텨냈고 어두운 것, 밝은 것 모두 다 받아들여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더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그는 2승(메이저 1승 포함)을 추가했고 자신감을 키웠다. 그는 “그 좋은 골프를 왜 스트레스받으며 쳤을까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했다. 후반부터 대회 출전이 재미있어졌다.

일본에서 매 대회 커트 통과 목표

지난해 열린 안양과 하이원의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퍽드롭’하는 배선우.

지난해 열린 안양과 하이원의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퍽드롭’하는 배선우.

그의 취미는 아이스하키다. 스무 살 무렵 우연히 경기를 보러 간 뒤 푹 빠졌다. 그는 “완전히 몰입해야 하는 건 골프와 닮았지만 거친 역동성은 골프에선 볼 수 없는 매력”이라고 말했다. 마니아를 자처하는 그는 지난해 안양과 하이원 경기 때 대회 시작을 알리는 ‘퍽드롭’까지 해봤다. 프로야구로 따지면 시구와 비슷하다. 배선우는 “아이스하키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아이스하키가 그의 마음을 두드린 것은 ‘일’에 대한 자세다. “0.1초도 방심하지 않는 집중이 정말 대단해요. 경기는 즐기지만 끝나면 완전히 평정심으로, 일상으로 돌아온다는 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줬고요.”

팬들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그 역시 좋아하는 팀과 선수를 가진 팬이 됐기 때문이다. 한때 대인기피증에 걸릴 만큼 누군가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자체를 두려워했던 그였다.

올해부터 배선우는 일본 무대에서 주로 뛴다. 지난해 그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14위로 통과해 올 시즌 출전권을 따냈다. “일본 골프장은 페어웨이가 좁고 굽은 코스가 많아요. 오밀조밀한 게 저와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는 지난해 그린 적중률 4위(79.24%)에 올랐을 만큼 정교한 아이언샷을 자랑한다. 초콜릿을 주는 등 다양한 부상을 주는 대회 문화도 마음에 든단다.

말레이시아에서 전지훈련을 2월까지 마친 뒤 다음달 7일 열리는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토너먼트로 시즌을 시작한다. 그 사이 중점은 체력 강화와 경기흐름 관리다. 기술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흐름을 관리하다가 잘못된 흐름이 생길 때 끊어주고, 좋은 흐름이 만들어지면 살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매 대회 커트 통과가 목표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받아들일 준비는 하고 있어요. 천천히 가야죠. 욕심내지 않고요.”
배선우 "오밀조밀한 日코스 딱 내 스타일…욕심없이 '재미있는 골프' 칠 것"

배선우의 원포인트 팁

"어려운 체중 이동, 발 모양 변화로 이해하면 쉽죠"

배선우는 “골프는 축과 회전”이라고 말했다. 구심점은 왼쪽 골반이다. 왼쪽 어깨부터 왼쪽 다리까지 연결된 축을 관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많은 아마추어는 자신의 몸 앞에 센터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 축을 중심으로 백스윙과 폴로스루를 할 때 똑같은 원을 그려야 하는데 원리를 모르니 원이 그려지지 않고 힘만 들어가는 겁니다.”

회전이 안 되는 건 우선 스윙 이미지를 ‘막대기로 공을 때리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힘을 적게 들일 수 있는데도 힘을 너무 많이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스윙할 때 실제로 힘을 거의 안 쓴다”며 “하체로 확실히 스윙을 시작한 뒤 채찍을 휘두르듯 회전하는 데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축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체중 이동이 잘 안 되는 것이다. 그는 프로들이 스윙할 때 양발의 모양 변화를 잘 보라고 권했다.

“백스윙톱에서 보면 오른발은 뒤꿈치 쪽에 체중이 다 실려 있어서 오른발 앞발 끝이 살짝 들려 있고, 반대로 피니시 때는 모든 체중이 왼발 뒤꿈치에 실려 있어 왼발 앞끝이 살짝 들려 있어요. 이런 느낌을 자주 연습해 보면 스윙에서 체중 이동의 메커니즘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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