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TV] "천벌 무섭지 않나"…300채 갭투자 했다 손실나자 세입자에 덤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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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기자
안녕하세요. 집코노미TV입니다. 오늘은 지난해 봄 크게 화제가 됐던 동탄 갭투자자 얘기 해보겠습니다. 한 갭투자자가 가족 명의 등을 동원해서 300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고, 투자한 집값이 오히려 떨어지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매를 동원해 세입자들에게 집을 떠넘기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전 기자님, 이 사안 관련해서 취재를 몇 차례 하셨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
▷전형진 기자
집값이 내려가고 매각도 쉽지 않자 경매를 출구전략으로 활용해서 세입자에 집을 떠넘기는 거죠. 고의경매인 겁니다. 투자손실이 예상되자 경매를 악용해서 이런 식으로 손을 털고 나가려고 한 거죠.
▶최진석 기자
고의경매는 고의로 경매를 넣는다는 거잖아요. 보통 경매는 채권자들이 넣는 건데요. ▷전형진 기자
네, 원래 경매는 근저당을 설정한 채권자, 보통은 은행이나 금융기관이죠. 이 채권자들이 돈을 돌려받기 위해 선택하는 건데 이 갭투자자는 가짜 채권자를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가족, 즉 아버지, 어머니, 처형을 채권자로 꾸며 집을 경매에 부친거죠. 그래서 채무가 정말로 존재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는 거죠.
그런데 경매업계에서 지인을 동원한 고의경매 사례가 가끔 있습니다. 경매로 집을 날려버리는 거죠. 근저당을 설정한 지 보름 만에 경매를 넣은 사례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의 경매가 확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동탄에서만 59채가 나왔었죠.
▶최진석 기자
세입자들이 집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기사에 나왔는데, 경매에서 낙찰이 되면 해결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전형진 기자
입찰 예정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죠. 임차인은 모두 1순위이면서 대항력을 갖추고 있어요. 낙찰자가 임차인의 보증금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집값이 하락해 매매가격이 2억9000만원, 전세보증금이 3억원이라고 해보죠. 시장에서 2억9000만원에 살 수 있는 걸 경매로는 3억원에 사야하는 겁니다. 낙찰자의 보증금을 모두 떠안아야 하니까요. 시장에서 사는 게 이익이죠. 동탄의 부동산시장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도 문제예요. 상황이 좋다면 미래 가치를 보고 입찰하는 분들이 많았을 텐데 그렇지 않은 거죠. 만약 그랬다면 경매 나오지 않고 벌써 매각이 잘 됐겠죠.
결국 낙찰이 안되면 답답한 건 세입자입니다. 낙찰이 안되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하염없이 기다릴 수 없으니 울며겨자 먹기로 자신이 입찰에 참여해 집을 인수하기도 합니다. 미래 전망이 밝다면 그렇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최진석 기자
아, 투자자가 이런 상황을 이용한 거군요? 세입자들에게 “차라리 나한테 집을 사라”고 하면서 1000만원씩 웃돈을 더 불렀다는 게 결국엔 경매로 해결이 안 될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거잖아요.
▷전형진 기자
그렇습니다. 몇몇 분들은 정말로 웃돈을 주고 집을 그에게서 샀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도 보증금을 날리지 않으려면 사실상 이 집을 떠안는 것 말곤 방법이 없어요.
▶최진석 기자
작년엔 법원이 경매를 중단시켰더군요
▷전형진 기자
예. 무잉여를 이유로 중단시켰습니다. 이 경매에서 낙찰이 되면 그돈은 1순위로 세입자들이 받아가고, 남으면 2순위자들이 받아갑니다. 그런데 경매를 신청한 2순위자, 즉 A씨의 가족들이 받아갈 돈이 없죠. 설사 낙찰이 된다고 해도 낙찰가가 세입자 보증금에도 미치지 못하니까요 .경매 신청자들이 받아갈 돈이 없으면 법원이 경매를 중지시킵니다.
▶최진석 기자
그런데 이번에는 갭투자자가 아니라 세입자들이 경매를 신청했다면서요. ▷전형진 기자
결국 당시 기각되거나 취하됐던 건들이 다시 경매에 나오고 있는데, 집주인이 돈이 없다고 버티니까 세입자들이 지급명령을 통해 강제경매에 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당연히 다 유찰됐고요. 최저입찰가격이 감정가의 30% 밑으로 떨어지는, 보증금보다 아래로 내려가는 두 번째 입찰에서 세입자들이 대거 입찰해서 낙찰받는 형태로 진행될 겁니다. 소유권을 자신으로 바꾸면서 보증금을 보전하는 경우입니다. 매수의사와 관계없이 말이죠.
▶최진석 기자
끔찍하네요. 갭투자의 출구전략으로 경매를 악용한 거잖아요. 손실마저 세입자들에게 떠넘긴 거고요. 이사계획이 있던 분들은 보통 문제가 아니겠네요. 그런데 이렇게 300채 정도 된다고요? ▷전형진 기자
예. 취재원 보호 문제가 있어서 정확한 숫자나 지역을 말씀드리긴 곤란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대략 300채, 차명까지 합치면 그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이고요. 제가 지금 들고 있는 게 천안과 동탄에서 진행된 경매만 정리한 건데, 작은 글씨로도 엄청 빽빽하죠. 주택수 기준으로만 92건이고, 건수 기준으론 120건 정도 됩니다. 빙산의 일각이죠.
더 끔찍한 건 일가족이 총동원된 부분입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아버지, 어머니, 처형은 채권자로 등장하고 아내는 천안에서 명의가 나옵니다. 차명이겠지만요.
그런데 최근 이들 가족은 이상한 행태를 보입니다. A씨 아내 명의로 되어 있던 천안의 집 2채가 A씨 어머니 명의로 한날 한시에 같은 가격에 넘어간 거죠. 뭔가 채권자들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행태로 보입니다. 온가족이 동원된 충격적 투기 행태입니다. A씨는 2008년께 천안에서부터 갭투자를 시작한 걸로 파악이 됐고요, 동탄은 2012년부터 들어갔지만 2014년에 집중적으로 샀어요. 윗집과 아랫집을 다 사기도 하고, 아파트 한 동을 6채씩 사기도 하면서요.
▶최진석 기자
이런 경우엔 현지 중개업소에서 매물을 알선했다고 봐야겠네요. 그런데 갭투자라면 보통 주변 수급을 따져서 들어가는데 이 분은 그게 전혀 아니었군요. 오히려 극단적인 갭투자를 하면서 매매가보다 보증금을 더 높게 받은 것도 있다면서요.
▷전형진 기자
네, 그렇습니다. 마구잡이로, 극단적으로 샀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동탄2신도시 입주에 맞춰서 동탄1신도시에 갭투자를 했다는 점에서도 주변 상황 고려는 별로 하지 않았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단순히 매매가격과 보증금의 절대적인 차이만 보고 들어갔을 확률이 높아 보여요. 한 채당 1000만~2000만원 사이면 됐으니까요. 그런 점에선 전혀 안목이 없어 보이는데 고의경매를 활용하는 걸 보면 또 그런 뜨내기 투자자는 전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확실하게 설계된 출구전략을 마련해 놓고 일단 마구잡이로 사는 고단수 투자형태로 봐야 할 것 같아요. 경매로 나오는 것만 살펴서 그렇지 정상매매로 차익을 보고 판 것도 많을 테니까요.
▶최진석 기자
절대 실패하지 않는 투자, 이렇게 가르치는 경매 학원도 있다는데 그렇게 오해해선 큰일나겠네요.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겠어요.
▷전형진 기자
그렇죠. 실패하지 않는 게 아니라 실패를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악마 같은 행위죠. 사실 고의경매 자체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아요. 정말로 너희 사이에 채무가 존재했느냐, 이걸 세입자가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전문가분들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게, 임대차계약은 아무래도 임차인 입장에선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 임대인의 경제상황, 예컨대 주택수라든지 이런 부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뒤 계약이 이뤄지게 하자, 이런 말씀도 하시고요. 이게 개인정보상 예민한 부분이라면 차선으로 현재는 임의규정인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자는 말도 나옵니다.
▶최진석 기자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투자라는 경제행위로 이득을 보려했다면 손실도 자신이 감당해야겠죠. 세입자들을 위한 안전장치나 경매제도에 대한 개선도 필요해 보입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저희도 계속해서 취재하고, 공론화 하고, 개선점을 제안하겠습니다. 이상 집코노미TV였습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책임 프로듀서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
진행 최진석·전형진 기자 촬영 신세원 기자 편집 한성구 인턴기자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