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중심의 임상시험이 신약 개발 지름길"
“다른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했던 25년간 임상시험은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얀센을 비롯한 다국적 제약사들은 환자 중심의 임상시험이 신약 개발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최근 방한한 안드레아스 쾨스터 얀센 클리니컬 이노베이션(JCI) 부문장(사진)은 “임상시험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고 임상 참가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쪽으로 임상시험을 혁신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2012년 설립된 JCI는 다국적 제약사 얀센의 산하 조직으로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임상시험을 더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미국과 벨기에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임상시험, 정보기술(IT), 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30여 명이 소속돼 있다.

쾨스터 부문장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도 임상시험에 환자를 모집하고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의학적 근거를 수집하기 위해 의사 관점에서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JCI는 임상시험에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환자가 번거롭게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의사가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디지털 임상시험 플랫폼 ‘iSTEP’도 개발했다. 약물의 수령, 분배, 반환 등 모든 과정을 스캐너로 실시간 파악할 수 있고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에게 내원 날짜 등의 정보를 알려준다. 또 약물을 꺼낼 때마다 정보가 전송되는 특수 용기를 통해 환자 복약을 관리한다.

JCI는 환자를 임상시험의 또 다른 주체로 설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태블릿PC로 임상시험 내용을 어려운 용어가 아니라 쉬운 영상으로 안내하고 원래 환자에게 제공하지 않던 임상시험 결과를 참가자가 직접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초기 단계부터 정기적으로 환자를 상담하며 요구 사항을 반영하기도 한다.

임상시험 혁신은 ‘각개전투’가 아니라 ‘단체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얀센 노바티스 화이자 등 10개 다국적 제약사는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트랜스셀레이트 바이오파마’라는 컨소시엄을 발족해 임상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쾨스터 부문장은 “우리가 추구하는 혁신의 목표는 얀센에 국한된 게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임상시험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 임상시험 혁신을 선도할 것이라고 했다.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이 일찍부터 자리잡았고 IT 인프라가 발달해 임상시험에 적합한 환자를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한국에서 앞으로 임상시험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