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관계였던 노·정 간에 균열 조짐이 뚜렷하다. 민주노총이 오늘 총파업에 돌입한다. 정부가 주52시간 근로제 시행의 부작용을 덜기 위해 추진하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노총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제는 참여연대와 민변 등 범(汎)좌파세력이 총집결해 파업을 통한 대정부 투쟁까지 선언했다. 자신들이 밀어줘 집권한 정부가 약속을 어기고 “반(反)노동·친(親)재벌·반민생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무엇보다 악화일로인 경제난과 참사수준의 고용 부진 탓이다. 친노동 정책만 고집하기 어렵게 된 정부·여당이 올해 중반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근로시간 단축 처벌 유예, 은산분리 규제 완화 등 기업과 시장 친화적 정책을 일부 채택했다. 그때마다 민주노총 등 촛불세력의 집단 반발에 부딪혀 오락가락했고, 경제지표는 추락했다. 경제와 민생이 무너져 불가피해진 보완책조차 촛불세력은 ‘배신’으로 여기고 되돌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벌써 여권 일각에선 탄력근로제 확대 연기론이 흘러 나온다.

이런 갈등은 정부·여당이 자초한 면이 적지 않다.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화 추진, 노동이사제 도입 등 노동계 요구는 들어줄 만큼 들어줬다. 그럼에도 양대노총은 또 다른 요구사항을 쏟아내고 안 들어주면 적(敵)으로 몰아붙이는 괴물이 돼버렸다. 지난 정부 시절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연장으로 혼선을 빚었듯이, 주52시간제부터 덜컥 도입하고 뒤늦게 탄력근로제를 확대하겠다는 미숙한 정책 결정도 한몫했다.

가뜩이나 대내외 악재가 쌓여 앞날이 불투명한데 노동계 총파업까지 벌어지는 상황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 엄중한 경제위기 속에서도 양대 노총에서는 ‘고치자, 협력하자’는 말을 들을 수 없다. 반대로 ‘저지하자, 사수하자’는 구호만 외친다. 그럴수록 기업이 위축되고, 성장엔진이 꺼지고, 일자리가 사라진다. 스펙과 실력을 갖춘 젊은 경쟁자들의 노동시장 진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누가 기득권 집단이고 사회적 강자인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노동시장 최상층부에 똬리를 틀고앉아 노동분배 몫을 독식하면서 ‘지금 이대로’를 외치는 게 기득권 집단이 아니면 무엇이 기득권 집단인가. ‘노동 존중’을 모토로 내건 정부라면 이런 상위 10%가 아니라 100%의 근로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야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