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행정부, 국회의원 사무실, 대검찰청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점거농성을 벌인 데 이어 21일에는 총파업에 나선다. 민주노총은 전국에서 20만 명가량이 이날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경파에 휘둘리는 민주노총
민주노총이 파업 목적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노동법 개악’ 저지다.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무효,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저지 등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년 넘게 잠잠하다가 최근 강경모드로 돌아선 데는 민주노총 내부 계파 갈등이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노총 사정에 밝은 노동계 관계자는 “대화와 투쟁 병행을 공언했던 김명환 위원장이 1년 가까이 사회적 대화에 공을 들이다보니 조직 내 강경파들의 불만이 팽배해졌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과거에도 지도부가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면 강경파들이 나서 투쟁을 압박하는 일이 반복됐다. 2005년에도 그랬다.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던 민주노총은 그해 2월 노사정 대화에 복귀해 노동 현안을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뜻을 대의원대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뜻에 반대하는 강경 조합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소화기 분말을 뿌리면서 소동을 벌였다. 결국 정족수 미달로 대의원대회는 무산됐다.

지난달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민주노총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달 17일 강원 영월에서 임시정책대의원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성원 미달로 안건을 회부하지 못했다. 이후 민주노총은 강경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천시장실 점거(10월30일), 여당 원내대표 사무실 점거(11월11일),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점거(12일), 대검찰청 점거(13일)가 잇따랐다.

내부 갈등도 증폭됐다. 지난달 대의원대회 무산 이후 민주노총 사무총국 실·국장급 인사 7명이 지도부에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계 관계자는 “사회적 대화 참여를 내세웠던 김 위원장이 조직 내 의사결정 구조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리더십 위기가 벌어졌다”며 “대의원대회 무산 이후 강성투쟁 기조로 전환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강경 행보는 정부가 자초한 면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의 잇단 공공기관 불법 점거에도 경찰이 공권력 집행에 나선 사례는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민원실에서 기습시위를 벌인 조합원들을 7시간여 만에 체포한 게 유일하다.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 속에 민주노총의 실력행사는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사회적 대화 참여 자체가 못마땅한 민주노총 내 강경파 입장에서 탄력근로제 확대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격”이라며 “내년 1월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복귀 안건을 다룬다고 하지만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