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전교조가 더 이상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그제 국정감사 답변은 문재인 정부가 이들 기관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를 시사해 주목을 끈다. 그는 “민주노총은 이제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하는 힘있는 조직”이라고도 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어제 “사회적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탄력근로제 확대를) 개악이라고 반대만 하는 것은 책임 있는 경제주체의 모습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의 ‘책임’을 강조하는 게 예전과는 사뭇 다른 기류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약자가 아님을 국민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민주노총은 현 정부 들어 조합원수가 10만 명 이상 늘어 83만5000명에 이른다. 전체 근로자의 4%지만 대개 대기업·공기업에 속해 고임금과 고용안정을 동시에 누리는 노동시장 최상층이다. 그런 민주노총이 고용 세습에다 사업장을 돌며 자기 조합원 고용을 압박하고 툭하면 총파업 으름장이니 국민 인내심은 벌써 바닥났다. 정부만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으로 여겨 모른 척, 못 본 척해왔을 뿐이다.

갈수록 경제난이 심화되는 판국에 민주노총이 협조와 양보는커녕 반대와 투쟁 일변도인 데 대해 정부도 답답할 것이다. 온갖 ‘친(親)노조’ 정책으로 해줄 만큼 해줬는데 들이미는 ‘촛불청구서’가 점점 더 커지고 있어서다. 여·야·정 협의체의 탄력근로 합의를 ‘정치적 야합’이라고 비난하고, 지역에서 절실히 원하는 ‘광주형 일자리’를 가로막으면서, 오는 21일 총파업까지 예고한 민주노총이다.

한술 더 떠 민주노총은 51개 좌파단체들과 내달 1일 전국민중대회를 열겠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이 제시한 재벌·경제·노동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들이 내건 사드배치 철회, 국가보안법 폐지, 규제완화 반대 등이 ‘촛불 민의’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촛불집회에 나선 단체가 주장하면 뭐든지 ‘촛불’인가.

민주노총을 무소불위 집단으로 키운 데는 현 정부의 책임이 크다. 민주노총이 약자가 아닌 ‘사회적 강자’라면 그에 걸맞은 책임과 기득권 양보를 요구해야 마땅하다. 그게 공정사회고 정의로운 나라가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