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종교가 아니라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건을 심리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어떤 판결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양심은 측정하기 쉽지만 ‘비(非)종교적’ 병역 거부자들의 양심은 측정 자체가 어려워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A씨(22) 상고심 사건을 작년 9월부터 심리 중이다. A씨는 “모병제라는 대안이 있는데도 대체복무제 없이 강제 징집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도 같은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1일 대법원이 14년 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 판결하면서 A씨처럼 ‘징병제 위헌’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도 무죄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생겼다.

법조계 일각에선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99%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라는 점에서 대법원 판결이 특정 종교에 특혜를 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이 정의한 ‘양심’의 증명 방법이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에 지속적으로 드러나야 하기 때문에 ‘비종교적 병역거부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 비종교적 병역거부자는 사실상 ‘종교행위’에 준할 정도로 강한 양심에 따른 행위를 증명해야 할 책임을 진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사람은 양심을 증명하기 쉽지 않다”며 “학창시절부터 병역 거부 시위를 하는 등 개인의 양심을 꾸준히 증거로 남겨야 법원이 인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일 대법원 판결에 반대 의견을 낸 박상옥 대법관도 “진정한 양심의 존재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