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지인 거래 9월 56.1%

◆2006년 서울 외지인 매매 역대 최다
2006년은 ‘부동산 광풍 시기’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전국 아파트값은 전년 대비 13.8% 급등했다. 최근 12년 새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서울은 같은 기간 24.1%나 뛰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 신축 중대형단지 등에 투자 수요가 몰리며 집값이 급등했다. 집값이 급등한 강남·서초·송파구, 목동, 경기 분당, 평촌, 용인 등 7곳은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의미에서 ‘버블세븐’ 지역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서울 아파트를 사는 외지인도 크게 늘었다. 2006년 11월 외지인이 매입한 서울아파트는 4873가구에 달했다. 통계가 집계된 2006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거래 건수 중 가장 많다. 이는 같은 기간 평균 거래량(1273건)보다 4배가량 많은 수치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 5분의 1이 외지인에 의해 이뤄졌다.

갭투자 열기는 2년 뒤 부산으로 옮겨붙었다. 2008년 4월 외지인이 매입한 부산 아파트는 1188가구로 관련 통계가 나온 뒤 처음으로 1000가구를 넘겼다. 부산의 12년간 평균 외지인 거래량(530건)의 2배 달했다. 당시 부산 아파트값은 전년 대비 4.1% 오르며 인천에 이어 전국 시·도 가운데 두번째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후 2009년~2011년 부산 아파트값이 급등하며 외지인 거래도 덩달아 늘었다. 전년 대비 아파트값이 16.6%나 급등했던 2010년엔 외지인 거래가 9031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2006년(4698건)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후 갭투자자들은 대구와 울산, 대전에 모여 들었다. 2011년 당시 대구과 울산 아파트값은 전년 대비 14.9%와 17.6% 급등했다. 그러자 대구 아파트의 외지인 거래도 2011년 1만1267건까지 치솟았다. 통계 집계 후 최다였다. 2012년 8월 울산 아파트의 외지인 거래도 평균 (213건)보다 6배나 많은 1250건 이뤄졌다. 2011년 한 해 아파트값이 19.1% 급등한 대전에서도 외지인 거래가 5320건 이뤄지며 전년 대비 9.6% 늘었다.
지방을 휩쓸던 갭투자자들은 2013년 중순부터 다시 서울로 향했다. 지방 부동산값 상승이 한계에 달했다는 판단에서다. 수도권 집값이 바닥이던 2012년 외지인이 매입한 서울 아파트는 7287가구였으나 2014년 1만4657가구, 2015년 2만3742가구로 매년 급증했다. 외지인 거래가 급증한 2014년은 공교롭게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 반전한 해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보유통 속도가 빨라지면서 갭투자자들이 특정지역이 아니라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며 “갭투자자들이 새아파트 입주 물량이 적은 곳을 찾아 전국을 순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서울 대구 주도

올 들어 전용 84㎡ 아파트값이 10억원까지 치솟은 대구에선 지난 6월 외지인 거래가 1279건에 달해 같은 기간 서울(883건)보다 많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세를 끼고 집을 샀다가 제때 팔지못해 물린 투자자도 많다고 지적했다. 탐욕에 취해 매도 타이밍을 놓치는 이들이다. 집값과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할 경우 투자자는 하우스푸어 수준을 넘어 파산할 수도 있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방도가 없어서다. 집값이 전세 보증금 이하로 떨어지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오는 게 현실이다.
지난 3월엔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 사는 O씨(46세)가 자신이 구매한 아파트 48채 전부를 경매로 내놨다. 동탄2신도시에 아파트 물량이 쏟아지자 전셋값이 떨어지면서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갭투자의 최대 리스크는 전셋값 하락”이라며 “분위기에 휩쓸려 ‘묻지마 투자’를 했다간 한순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