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식량안보를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29일 대전 유성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시대, 식량안보 연구개발(R&D) 추진 전략’ 콘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사료용을 포함한 한국의 곡물 자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인 24%까지 추락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었다.

곽상수 생명연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세계 기후변화와 식량 수급 사정을 고려할 때 돈이 있어도 곡물을 수입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며 “통일 한반도 시대까지 염두에 둔 식량안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곡물 생산량을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술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신산업전략연구단 연구원은 “우리보다 농민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일본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농산물 생산량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농업과 관련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최근 트랙터와 이앙기에 센서를 부착해 토양 지도를 구축 중이다. 드론으로 생육 상태를 살핀 뒤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한다. 시비기를 이용해 토양별로 투입할 비료의 양을 결정하거나 콤바인으로 수율을 확인하는 과정에도 작업 자동화와 데이터 수집이 동시에 이뤄진다.

이 연구원은 “한국은 가까스로 특정 농업단계 데이터를 모으는 수준”이라며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것처럼 모든 단계의 데이터를 동시에 연결해 관리하지 않으면 빅데이터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순기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는 유전자 변형(GMO) 농산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한국은 GMO 규제만 강할 뿐 어떻게 활용하고 연구해야 할지 논의는 이뤄지지 않는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미국 등 일부 국가가 GMO 종자 시장을 독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