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의 올해 이익규모가 한 해 전의 10%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란 소식은 충격적이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38개 대형 공기업(자산 2조원 이상)들로부터 자체 실적추정치를 받아 집계한 결과 당기순이익이 7000억원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이는 2017년(6조9000억원)의 10분의 1, 2016년(14조8000억원)의 20분의 1 수준이다.

공기업 실적부진 소식이 간간이 전해지긴 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이처럼 곤두박질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기업별로 보면 우려가 더 커진다. 대표 공기업 한국전력의 순이익 추정치는 3710억원으로 지난해의 13% 수준이다. 미래 추정치가 뚝뚝 떨어지는 점이 심각성을 더한다.

기록적 수익 감소는 탈(脫)원전, 일자리 만들기 등 공약을 밀어붙이면서 공기업을 앞장세운 게 주요 원인이다. 한전에 몰아닥친 탈원전 후폭풍을 보면 분명해진다. 저렴한 원자력발전을 피하려다 보니 비싼 화력발전 구매비가 3조원이나 늘었다. 일자리 창출 압박도 경영을 짓누른다. 한국마사회는 정규직원이 3110명으로, 2년 만에 2000명가량 급증했다. 일자리 압박은 현재 진행형이다. 실업률 관리에 나선 기획재정부가 ‘단기일자리 확대’를 독려하자 인천공항공사와 코레일은 나란히 인턴 등을 1000명씩 뽑기로 최근 결정했다.

공기업에 공적 역할을 요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공공성이 강하거나 ‘시장 실패’가 예상되는 분야로 제한하는 게 정석이다. 그래야 민간 경쟁사들을 구축하지 않고 소기의 정책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 상장사인 한전 등 시장형 공기업들을 동원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신중해야 한다. 공기업의 설립 목적과 존재 이유가 공약 이행이나 정책 실패에 대비한 면피는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은 공기업이 비대한 대표적인 나라다. 공기업 부채는 유사시 국민세금으로 막아야 하는 국가부채의 성격도 지닌다. 공기업 악용으로 인해 우리 경제의 위험이 더 증폭되는 재앙을 그냥 둬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