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익 사회통계국장(왼쪽 두 번째) 등 통계청 직원들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신뢰 논란’을 빚었던 가계동향조사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창익 사회통계국장(왼쪽 두 번째) 등 통계청 직원들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신뢰 논란’을 빚었던 가계동향조사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입증해 보이겠다며 부활시킨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통계의 표본과 조사 방식 등을 결국 바꾸기로 했다. 2016년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겠다”며 지금 방식으로 바꾼 지 2년 만이다.

정부는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저소득층의 소득만 줄어드는 등 갈수록 악화된 분배지표로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 논란이 커지자 급기야 지난달 통계청장까지 교체했다. 통계청은 “새 청장이 오기 전부터 개편안을 준비했다”지만 일각에선 “정권에 부담이 되는 통계는 없애고, 입맛에 맞는 통계만 생산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스스로 신뢰 떨어뜨린 통계청

통계청은 현재 분리해 조사·공표하고 있는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분기)과 ‘지출부문’(연간)을 2020년부터 다시 합쳐 분기별로 공표한다고 18일 발표했다.

소득주도성장 부작용 논란에… 가계소득통계 2년 만에 또 바꾼다
통계청은 2016년까지 분기별로 함께 조사·공표하던 소득과 지출 통계를 작년에 분리했다. 기존 소득 통계가 ‘가계부 기장’ 방식이어서 고소득층의 응답률이 낮아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소득 통계는 표본을 조정하고 면접조사 방식으로 바꾸는 한편 작년에 한해 작성만 하고, 공표는 연간 주기 ‘가계금융·복지조사’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지출 통계는 연간 주기로 재편해 따로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20년부터는 소득과 지출 통계를 다시 합쳐 공표하겠다는 게 이날 내놓은 통계청의 새로운 계획이다. 기존 방침을 2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득과 지출을 연계 분석해 소득구간별 수지를 진단하고, 이에 맞춘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 조급함에 논란 부른 정부

가계동향조사가 꼬이게 된 것은 작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정책을 들고나온 정부·여당은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 효과로 소득이 늘어나는 모습을 분기별로 확인하기 위해 올해도 소득 통계를 작성·공표하도록 했다.

이후 정부는 작년 4분기 가구 실질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하며 9분기 만에 플러스로 전환하고, 분배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하위 20% 소득 대비 상위 20% 소득)은 4.61배로 0.02배 떨어지며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자 ‘소득주도성장의 결과’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영향 등이 본격화된 올 들어 두 분기 연속 저소득층 소득이 줄고 분배지표는 더 악화되자 태도가 바뀌었다. 급기야 ‘작년에 표본을 바꾼 것이 문제’라는 식의 해석을 내놨다. 청와대는 전임 황수경 통계청장에게 책임을 물어 지난달 경질까지 했다. 하지만 통계 전문가들은 “표본은 최근의 성별·연령별 인구구성 변화를 반영해 비율대로 바꾼 것으로 시계열상 의미를 문제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소득주도성장 부작용 논란에… 가계소득통계 2년 만에 또 바꾼다
“앞으로 누가 통계 믿겠나”

통계청은 이날 내놓은 가계동향조사 개편안은 올 4월부터 준비한 것으로, 지난달 강신욱 청장(사진)이 취임한 것과는 상관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강 청장이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절이던 5월 현행 통계의 문제점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은 2020년 새 가계동향조사 땐 현행 다목적표본 대신 전용표본을 활용해 정확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표본과 규모, 조사 방식과 기간 등이 모두 바뀐다는 점에서 시계열의 안정성이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통계청은 시계열 연계를 위해 내년까지만 기존 조사를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통계청 내부에서도 이번 개편안과 관련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중립성이 생명인 통계청이 손바닥 뒤집듯 방침을 바꾸면 앞으로 누가 통계를 믿겠느냐”고 말했다.

김일규/이태훈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