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직원들이 정부대전청사 통계청에서 빅데이터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는 모습.  /통계청 제공
통계청 직원들이 정부대전청사 통계청에서 빅데이터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는 모습. /통계청 제공
제과점 사장 A씨는 기온 등 케이웨더의 날씨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를 제공받아 진열품과 생산량을 조정해 올해 매출을 지난해보다 20% 늘렸다.

지난달 31일 대통령이 참석한 ‘데이터경제 활성화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발표된 사례 중 하나다. 이날 행사에서는 빅데이터로 허위매물을 걸러낸 중고차 거래업체와 빅데이터 전문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지원사업으로 북미 차(茶)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중소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빅데이터 기반 혁신 사례가 소개됐다.

이 같은 성공사례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데이터 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빅데이터 활용과 분석 수준은 63개국 중 56위에 그쳤다. 국내 기업의 빅데이터 이용률도 선진국의 4분의 1 수준인 7.5%에 불과했다.

이에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핵심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데이터산업 육성을 통한 데이터경제로의 전환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정부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분야에 내년에만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청년 인재교육과 국가기술자격 신설 등을 통해 빅데이터 전문인력 5만 명을 양성한다. 개인정보를 가상의 숫자로 대치한 가명정보를 도입해 프라이버시 보호를 확실히 한 뒤 개인 동의 없이도 산업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규제혁신도 추진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 개방도 대폭 확대하고 내년에 우선 8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에 분야별 빅데이터 센터 100곳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통계청은 정부혁신 사업의 일환으로 국가 데이터 허브로 위상과 역할을 강화한다. 행정자료 기반의 다양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통계빅데이터센터를 여는 등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

통계청은 먼저 80개 공공기관으로부터 224종의 행정자료를 입수해 18종의 통계용 행정 DB를 마련하고 4개 분야 통계종합등록부를 구축했다.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대전, 판교, 부산에 통계빅데이터센터를 세워 통계작성기관 및 통계청과 업무 양해각서(MOU)를 맺은 기관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빅데이터센터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인 데이터의 연계와 가공이 가능한 데이터분석 플랫폼”이라며 “철저한 개인정보보호 기반 위에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안심존’”이라고 소개했다.

통계빅데이터센터는 행정자료를 가공한 통계 외에도 민간 빅데이터 20여 종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가 데이터를 반입해 센터에서 제공하는 자료와 연계하거나 통계청이 보유하고 있는 마이크로데이터와 연계분석도 가능하다. 시범운영 기간(2016년 10월~올 6월) 중소벤처기업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 26개 기관이 센터의 서비스를 101회 이용했다.

이용 기관 중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녹색기술센터는 통계빅데이터센터 데이터와 연계 분석해 국가승인통계를 작성, 예산을 크게 절감했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는 자체 보유한 신용보증정보와 통계청의 기업생멸DB, 전국사업체조사자료 등을 연계해 소상공인 의사결정 지원 알고리즘을 개발하기도 했다.

통계청은 지금까지 시범운영해온 통계빅데이터센터를 올해 말까지 부산, 대전, 서울 세 곳에 정식으로 열고 통계작성기관과 MOU 체결기관 등에 한정했던 이용 대상도 일반 국민까지 확대한다.

데이터 전문가를 상주시켜 아이디어는 있지만 데이터활용 능력이 부족한 이용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데이터 민감도와 개인식별위험도를 면밀히 분류해 위험도가 낮은 데이터는 온라인을 통해 제공해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은순현 통계청 통계데이터허브국장은 “통계빅데이터센터가 정식으로 열면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까지 누구나 센터를 이용해 데이터를 가치있는 정보와 지식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계청은 향후 지속적으로 공공행정데이터 개방을 가속화하고 국가통계와 민간빅데이터의 연계가 가능한 통계빅데이터센터를 더욱 활성화해 정부의 데이터산업 육성 정책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