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디캡에 비해 퍼팅이 부족한 게 아마추어 골퍼의 특징 중 하나다. 웬만한 싱글 고수들도 그린까지 공을 올려놓은 뒤 3퍼트를 밥 먹듯 한다. 샷 연습은 죽어라고 하지만, 퍼팅 연습엔 인색한 탓이다. 퍼팅 연습은 혼자서 장비 없이 할 수 있는데도 그렇다. 웬만큼 홀컵에 붙이면 ‘OK’를 주는 한국적 골프문화도 퍼팅연습을 게을리하게 한 원인 중 하나다. OK를 기대하는 대신 라운드 전 10분만 꼬박꼬박 투자해보자. 골프가 몰라보게 달라진다. 챔프들의 퍼팅 연습법을 정리했다.


타이거 우즈 ‘한 손 퍼팅’

경기 전 오른손·왼손으로만 공 굴리기 연습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허리 부상을 당하기 전만 해도 ‘퍼팅의 신’으로 불렸다. 지난해 12월 투어 복귀 이후 불안정한 퍼팅 때문에 롤러코스터 같은 성적을 내면서도 준우승을 두 번(발스파챔피언십, PGA챔피언십)이나 하는 등 꾸준히 상위권 진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퍼팅이 점차 살아난 덕분이다. 그런 그가 연습 그린에서 빼먹지 않는 퍼팅 연습이 한 가지 있다. 한 손 퍼팅이다.

그는 ‘퍼팅의 구루(guru·스승)’로 불리는 데이브 스탁턴으로부터 한 손 퍼팅 연습을 배운 뒤 경기에 출전하기 전 오른손, 왼손으로만 공을 굴리는 연습을 줄곧 해왔다. 리듬감을 찾아내고 공을 정확히 맞히는 ‘정타’와 원하는 거리만큼 공을 보내는 거리감 찾기에 도움을 주는 연습이다.

손 감각을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데에도 한 손 퍼팅이 효과적이다. 물론 한 손 퍼팅을 한 뒤에는 양손 퍼팅으로 마무리해 일체감을 높여야 한다.


조던 스피스 ‘동전 뛰어넘기’

동전을 자신의 1.5m 앞에 놓고 퍼팅


지금은 뜸하지만 조던 스피스(미국) 역시 퍼팅으로 일가를 이룬 인물이다. 25세 이전에 통산 10승을 올린 이는 타이거 우즈와 잭 니클라우스(미국)밖에 없다. ‘차세대 골프 황제’로 꼽히는 스피스가 애용하는 도구는 동전이다. 동전을 1.5m 앞에 놓은 뒤 이 동전을 홀로 간주하고 퍼팅을 하는 것이다. 목표는 공이 동전을 15㎝가량 지나치게 퍼팅하는 것이다. 퍼팅한 공이 장애물인 동전을 타고 넘어 15㎝ 정도 거리에서 잘 멈추면 제대로 된 거리감과 자신감 있는 공의 속도감을 동시에 찾아낼 수 있어서다. 홀보다 15㎝를 더 굴러간다는 건 홀컵 뒷벽을 맞고 공이 들어간다는 의미다.
박인비
박인비
박인비 ‘눈으로 헤드 따라가기’

헤드가 정해진 궤도 그리는지 육안 체크


박인비는 특별한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그만큼 감각을 중시하고 공이 굴러가는 브레이크 읽기를 우선으로 친다. 하지만 그가 퍼팅 연습을 할 때마다 하는 습관이 하나 있다. 눈으로 퍼터 헤드 따라가기다. 백스트로크 할 때부터 임팩트, 피니시까지 헤드가 정해진 퍼팅 궤도를 그리는지 육안으로 체크하는 것이다. 박인비가 퍼팅연습하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면 머리가 고정된 대개의 프로들과 달리 머리가 ‘까딱까딱’ 좌우로 움직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리키 파울러 ‘게이트 통과하기’

좁게 꽂은 티 사이를 헤드로 ‘왔다갔다’


리키 파울러(미국)는 평범하지만 효과만점인 퍼팅 스트로크 연습을 즐겨한다. 혼자서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도 할 수 있는 게이트 통과하기다. 티를 퍼터 헤드 길이만큼 좁게 꽂아놓은 뒤 그 사이를 퍼터 헤드로 왔다갔다 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국내외에서 파울러 외에도 많은 프로들이 하고 있지만 주말골퍼 중에는 하는 이들이 거의 없다. 하지만 틈나는 대로 연습해두면 퍼팅 헤드 정중앙에 공을 맞히는 ‘정타’가 쉬워지고 스트로크 궤도가 일정해진다. 집중력이 높아지는 건 물론이다.

렉시 톰슨 ‘눈 감고 퍼팅하기’

손으로 느끼는 감각만으로 연습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9승을 수확한 렉시 톰슨(미국)은 장타자인 동시에 퍼팅도 잘하는 ‘양수겸장’ 골퍼다. 누구보다 퍼팅 연습을 많이 하는 부지런함도 장기다. 퍼팅 욕심이 많다 보니 이런저런 형태의 퍼터를 많이 교체해 보기도 했고, 퍼팅 방식도 여러 차례 바꿔봤다. 그중 효험을 본 연습법이 ‘눈감고 퍼팅하기’였다. 공에 정확하게 퍼터헤드가 접촉했는지, 어느 방향으로 어느 정도 거리만큼 굴러갔는지 온몸의 촉각세포를 깨워야 알 수 있는 연습방법이다.

둔해졌던 퍼팅감각을 예민하게 가다듬을 수 있어 국내 투어(KLPGA)의 ‘퍼팅달인’으로 손꼽히는 이승현(27)도 이 방식을 자주 쓴다. 이승현은 “퍼터 헤드의 무게감을 잘 느낄 수 있어 스트로크의 일관성이 몰라보게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