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정이 31일 강원 춘천 제이드팰리스GC에서 열린 KLPGA투어 한화클래식 2라운드 12번홀에서 파 세이브에 성공한 뒤 갤러리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는 이날 5타를 줄여 단독 선두로 도약했다. /KLPGA  제공
임희정이 31일 강원 춘천 제이드팰리스GC에서 열린 KLPGA투어 한화클래식 2라운드 12번홀에서 파 세이브에 성공한 뒤 갤러리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는 이날 5타를 줄여 단독 선두로 도약했다. /KLPGA 제공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골프에 출전했던 국가대표 임희정(18)에게 2018년 8월의 시작은 잔인했다. 어린 나이에 무거운 책임감을 떠안은 그는 후배인 유해란(17)과 정윤지(18)를 이끌고 ‘금빛 출사표’를 던졌으나 평준화된 세계 아마추어 여자 골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우승을 노렸던 단체전에서 은메달에 그쳤다. 개인전에선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처음으로 ‘노 메달’ 수모를 겪어야 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회원 자격 획득 기회도 놓쳐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임희정이 8월의 마지막 날을 알차게 마무리했다. 그는 아시안게임의 아쉬움을 씻어내려는 듯 필드 위에서 모든 것을 쏟아냈다. 31일 강원 춘천 제이드팰리스GC(파72·6757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메이저대회 한화클래식(총상금 14억원·우승상금 3억5000만원) 2라운드에서 임희정은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중간합계 9언더파 135타를 적어낸 그는 국내외 정상급 선수가 대거 출전한 이번 대회 2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마쳤다.

15년 만에 메이저대회 아마추어 우승자?

임희정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지난해 8월 최혜진(보그너 MBN 여자오픈)에 이어 1년 만에 아마추어 우승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메이저대회 기준으로는 2003년 제17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송보배 이후 15년 만이다.

또 임희정은 이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놓쳤던 KLPGA 정회원 자격 획득을 넘어 시드전 없이 내년부터 바로 정규투어에 출전할 자격을 얻는다. KLPGA투어는 메이저대회 우승자에게 우승한 이듬해부터 4년간 시드권을 보장한다.

임희정은 “아시안게임에서 목표로 했던 금메달을 따지 못해 많이 우울했다”며 “이번 대회에서 아시안게임 때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고 다짐했고,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승 가능성에 대해선 손사래를 치며 “그런 욕심은 절대 없다”며 “아직 이틀밖에 치지 않았다”고 방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0만분의 1’ 확률 알바트로스 나왔다

한편 이날 대회에선 17년 만에 알바트로스(파보다 3타 적은 수로 홀인)가 나왔다. 주인공은 추천 선수로 대회에 참가한 넬리 코르다(미국)다. 코르다는 18번홀(파5)에서 드라이버로 약 285야드를 보낸 후 홀까지 267야드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3번 우드를 잡았다. 클럽 헤드를 떠난 공은 프린지에 떨어졌고 약 23m를 굴러 홀 안으로 사라졌다.

일반적으로 홀인원 확률은 1만3000분의 1이고, 알바트로스가 나올 가능성은 200만분의 1로 알려졌다. 코르다는 2001년 5월 제3회 한솔 레이디스오픈 오미선 이후 17년 만에 알바트로스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지금까지 KLPGA투어에서 알바트로스는 코르다를 포함해 총 네 번(1995년 박성자, 1995년 배윤주) 나왔다. 18번홀 전까지 4오버파로 커트 탈락 위기에 몰렸던 코르다의 순위는 단숨에 1오버파 145타로 껑충 뛰었고 중상위권에서 결선 라운드에 진출했다.

이소영(21)이 7언더파 137타, 단독 2위에 올라 있다. ‘디펜딩 챔피언’ 오지현(22)은 이날 이글을 기록하는 등 4타를 줄여 중간합계 6언더파 138타, 3위로 타이틀 방어 기회를 잡았다. ‘핫식스’ 이정은(22)이 5언더파 139타, 4위로 뒤를 잇고 있다.

춘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