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양궁이 단체전 결승에서 대만에 석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오진혁(37·현대제철), 김우진(26·청주시청), 이우석(21·국군체육부대)의 남자 양궁 대표팀은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양궁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리커브 단체전 결승에서 대만에 세트 승점 3-5로 패했다.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정상 자리를 빼앗겼던 남자 양궁은 2회 연속으로 단체전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다.김우진과 이우석은 28일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놓고 격돌하기 때문에 남자 리커브에선 일단 2개 중 1개의 금메달을 가져가게 됐다.결승은 시작부터 불안했다.첫 화살이 8점에 들어가면서 대만에 첫 세트를 내줬다.2세트 첫발도 7점에 꽂혔으나 대만도 7점을 쏘며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졌다.3세트에선 세 선수가 돌아가며 10점을 쏘면서 5점을 쏜 대만을 가볍게 제압하고 세트 승점 3-3으로 균형을 맞췄다.마지막 4세트. 양 팀이 모두 55점을 쐈으나 대만의 첫발 9점이 10점으로 정정되며 대만이 승자가 됐다./연합뉴스
"은퇴도 고려했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공주로도 그만 불러주세요"'아시아 허들 여제' 대관식을 마친 정혜림(31·광주광역시청)이 두 차례 고개를 흔들었다.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여부와 '허들 공주'라는 별명이 다시 불렸을 때다.정혜림은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100m 허들 결선에서 10초20으로 우승했다.2017년 아시아선수권에 이어 2018년 아시안게임까지 제패한 정혜림은 명실상부한 아시아 허들 여제로 등극했다.경기 뒤 인터뷰에는 웃음만 가득했다.출발선에 섰을 때만 잠시 긴장감에 표정이 굳었던 정혜림은 레이스를 펼치는 도중 살짝 웃었고,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는 특유의 밝은 미소로 팬과 취재진을 대했다.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마친 정혜림은 대회 홍보 매니저와 짧은 인터뷰를 이어갔다.홍보 매니저가 "2022년 항저우 대회에서 2연패를 노릴 것인가"라고 묻자 정혜림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그리고 웃으며 "그때는 정말 무리에요"라고 말했다.이에 앞서 정혜림은 "사실 은퇴를 고려했다.하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는 뛸 것 같다"고 말했다.정혜림은 광주광역시청과 곧 재계약할 예정이다.국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도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뛰면서 12초대에 계속 도전할 것"이라며 "2020년 도쿄에서는 나이가 더 들겠지만, 더 좋은 일은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정혜림은 평생 숙제로 꼽았던 아시안게임 메달과 12초대 진입 중 한 가지를 풀어냈다.숙원이던 아시안게임 메달을 금빛으로 만들었다.2010년 광저우 예선 탈락, 2014년 인천 대회 4위의 아쉬움을 털어낼 만한 빛나는 성과다.정혜림은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드디어 메달을 땄다"며 '마지막'을 강조했다.하지만 아시안게임 후 남은 2년도 치열하게 싸울 계획이다.그의 앞에는 2019년 카타르 세계육상선수권과 2010년 도쿄올림픽이 있다.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랭킹 제도와 기준 기록 제도를 동반 운영해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출전권을 배분할 계획이다.2017년 런던 세계선수권 여자 100m 허들 기준 기록이 12초98이었다.정혜림은 2017년 아시아선수권 우승자 자격으로 런던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20대 후반에 기량이 만개한 정혜림은 한국 기록(13초00, 이연경)을 경신하며 현역 마지막 메이저대회에 나서고 싶어 한다.그는 2년 동안 13초의 벽을 넘고자 치열하게 싸울 계획이다.이제는 '허들 공주'가 아닌 '아시아 허들 여제'의 완장을 차고 달린다.정혜림은 "이제 공주로는 그만 불렸으면 좋겠다.30대에 공주라는 수식어는 너무하지 않는가"라고 웃으며 항변했다.그가 30대가 된 후에도 허들 공주로 불린 건, 종합 대회에서 확실한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하지만 아시아 챔피언에 오른 지금은 당당히 '아시아 허들 여제'로 불릴 수 있다./연합뉴스
장혜진·강채영·이은경, 밀어주고 끌어주며 금메달 합작언니가 흔들리면 동생이 받쳐주고, 동생이 흔들리면 언니가 중심을 잡아준다.개인전 패배의 충격을 딛고 아시안게임 단체전 6연패에 성공한 여자 양궁 리커브 대표팀은 '함께'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줬다.올림픽이든 아시안게임이든 월드컵이든 나가기만 하면 금메달을 줄줄이 목에 걸고 오는 '믿고 보는 한국 양궁'은 자카르타에 와서 초반에 고전했다.예선에서 이변 없이 선두권을 휩쓸었으나 본선 첫날인 여자 리커브 개인전에서 '세계 최강' 장혜진(31·LH), 강채영(22·경희대)이 8강과 4강에서 탈락한 것이다.예상치 못한 패배는 팬들은 물론 선수 자신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특히 장혜진은 이튿날 이우석(21·국군체육부대)과 함께 나선 혼성전에서도 8강에서 패하며 쉽게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했다.바로 다음날인 단체전 본선을 앞두고 대표팀 관계자는 "장혜진 선수 멘털이 회복될지 걱정"이라고도 했다.그러나 이은경(21·순천시청)이 가세해 세 명이 함께 나선 단체전에서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종합대회가 처음인 막내 이은경은 첫 순서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웠다.때로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첫발에서 흔들릴 땐 강채영이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줬다.마지막 한 발 승부처를 남겨놓고 부담감이 최고조에 달할 때는 경험 많은 맏언니 장혜진이 침착하게 10점을 꽂아넣었다.세 선수 모두 제 위치에서 제 몫을 하며 서로에게 힘을 실어줬다.아시안게임, 올림픽보다 힘들다는 국내 대표 선발전에서 매년 맞붙는 선수들은 1년에도 몇 번씩 동료와 적을 오간다.장혜진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올랐을 때 장혜진은 강채영과 마지막까지 치열한 엔트리 경쟁을 벌였다.장혜진의 막판 뒤집기로 강채영이 다 잡은 올림픽 티켓을 놓쳤을 때 둘은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이번 아시안게임에선 강채영이 막내 이은경에 막판 역전에 성공해 개인전 엔트리를 거머쥐었다.늘 치열한 경쟁을 해왔지만 한 팀일 때 선수들은 누구보다 끈끈한 동지가 된다.서로를 넘어야 하는 내부 경쟁은 오히려 함께일 때 서로를 더 돈독하게 만들었다.'늦깎이' 장혜진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이어 2회 연속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하며 자신의 메달 컬렉션을 늘렸다.일찌감치 정상급 실력을 보였음에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는 인연이 없던 강채영은 첫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올해 처음으로 정식 태극마크를 단 막내 이은경은 첫 아시안게임을 금빛으로 장식하며 한국 여자 양궁 유망주로의 입지를 굳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