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옷을 찾아주는 ‘패션을부탁해’의 챗봇 서비스. /패션을부탁해 제공
사진 속 옷을 찾아주는 ‘패션을부탁해’의 챗봇 서비스. /패션을부탁해 제공
세탁 전문업체 세탁특공대를 운영하는 예상욱 씨는 과거 일손 부족으로 고민이 많았다. 고객이 원하는 세탁물 배달시간을 일일이 전화로 확인해야 했다. 하루 400여 건씩 밀려드는 주문을 9명의 내근 직원이 처리하기엔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는 최근 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개발한 ‘챗봇(채팅 로봇)’ 서비스를 도입해 이를 해결했다. 간단한 고객 상담은 챗봇이 알아서 해줘 업무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

챗봇이 유통·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유용하게 쓰이면서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인공지능(AI), 머신러닝(기계학습), 자연어 처리 기술 등이 보편화하면서 챗봇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시장조사 업체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전 세계 챗봇 시장은 연평균 35% 성장해 2021년 31억7000만달러(약 3조5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인건비 절감, 매출 증가 효과

챗봇 수요가 많은 곳은 고객 상담이 많은 분야다. 공공, 금융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간단한 상담을 챗봇으로 대체하면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어 다양한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AI 스타트업 마인즈랩은 맞춤형 챗봇 솔루션을 대구시와 하나은행 등에 공급했다. 마인즈랩이 개발한 대구시 민원 상담봇 ‘뚜봇’은 민원 내용을 입력하면 적절한 상담처를 자동으로 찾아준다. 가령 ‘출생 신고 어디서 해’라고 입력하면 신고 장소와 준비물, 기간 등을 알려준다.

마인즈랩은 AI에 상담 데이터를 학습시켜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답변을 하는 차세대 챗봇을 개발하고 있다. 유태준 마인즈랩 대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엑소브레인 AI’ 등을 챗봇에 접목하고 있다”며 “법률·행정 데이터 등도 활용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질문에 따라 정확한 답변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 솔루션 업체 조이코퍼레이션은 온라인 쇼핑몰용 마케팅 챗봇을 출시했다. 이 업체가 개발한 ‘넛지’는 이용자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을 추천한다. 자주 구매한 제품을 챗봇이 먼저 알려주거나 장바구니에 물건만 담아둔 사람에게 적립금·쿠폰 등의 혜택 정보를 귀띔하는 식이다. 한 쇼핑몰에서 넛지를 도입한 결과 시간당 매출이 67%까지 늘어났다는 게 조이코퍼레이션 측 설명이다.

패션 정보를 알려주는 챗봇도 등장했다. 스타트업 ‘패션을부탁해’가 개발한 챗봇(패션을부탁해)은 옷 사진을 올리면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옷 브랜드, 가격 정보 등을 바로 알려준다. 이 업체는 머신러닝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패션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유명한 ‘스타일쉐어’와 협업했다. 스타일쉐어는 매일 5000개 이상 올라오는 사용자의 게시물을 챗봇에 학습시켰다.

장선향 스타일쉐어 마케팅팀장은 “SNS에 올라온 유명인들의 옷을 찾기 위해 챗봇을 쓰는 사람이 많다”며 “이달 말부터 스타일쉐어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패션을부탁해 챗봇을 비공개 테스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메신저·플랫폼 업체도 경쟁 치열

챗봇시장 공략에 나선 플랫폼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 등은 뛰어난 AI 기술, 시장 점유율, 개발 편의성 등을 내세워 챗봇 스타트업을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챗봇 개발 플랫폼인 ‘카카오 i 오픈빌더’ 비공개 테스트를 시작하면서 스타트업과 손잡았다. 챗봇 제작 대행업체로 선정한 8개 기업 중 7곳이 설립 5년차 이하의 스타트업이다. 카카오톡의 높은 점유율과 친숙한 환경을 내세워 챗봇 개발자를 끌어모은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클로바 챗봇 빌더’를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다. 클로바 챗봇 빌더는 네이버의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한 AI ‘클로바’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전문 인력 없이도 누구나 쉽게 AI 챗봇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페이스북은 챗봇 기술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2016년부터 간편결제, 항공편 예약 등 챗봇용 여러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FB스타트’라는 프로그램으로 챗봇 스타트업 육성도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선정된 스타트업은 최장 1년간 8만달러 규모의 챗봇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하영 마인즈랩 챗봇개발팀장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이 지원하는 챗봇은 친숙함, 페이스북이 지원하는 챗봇은 다양한 기능이 강점”이라며 “국내 플랫폼도 챗봇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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