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미·북 정상의 지난 12일 싱가포르선언에 대해 “어느 측면에서 봐도 취약한 문서”라며 “두 정상이 만나 왜 이 정도 밖에 성취할 수 없었는지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26일 비판했다.

윤 전 대표는 이날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아시아의 평화 재정립’을 주제로 열린 제13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 발제자로 참석해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미·북 정상 합의문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가 누락되는 등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지적에 “과거 북핵 6자회담의 기본합의서보다 취약한 문서”라며 “미·북 싱가포르 합의문은 500자 미만이고 5페이지 미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디테일이 누락됐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거) 실무 협상가로서 봤을 때 굉장히 취약한 문서이고, 당연히 승자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 관점에서 아마 북한이 디테일이 들어가 있지 않는 문서를 원했을 것”이라며 “미·북 두 정상이 만나기 전에 그런 부분이 얘기됐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윤 전 대표는 “두 정상의 만남 자체가 이례적이고 회담이 끝난 후 2주밖에 안 됐기도 해 어떤 평가를 내리기엔 시기적으로 이르다”면서도 “더 이상 ‘분노와 화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한·미가 합동 군사훈련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선 “(미국이 훈련 중단 결정을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우방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가 워싱턴에 왔을 때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전혀 우려하는 바가 없어 지속해야 한다고 전했기 때문에 대부분은 이 훈련이 계속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윤 전 대표는 “(그랬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한·미 훈련 중단을 제안했을 때 이중으로 놀라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점 에서 한·미 우방관계가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데 만약 훼손된다면 우방 간 돈독함이 약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주=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