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25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인 2020년까지 북한 비핵화를 끝내겠다”고 한 본인의 발언을 10여 일 만에 뒤집었다.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원칙에서 물러선 데 이어 ‘비핵화 데드라인’까지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말 바꾼 폼페이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취임 두 달을 맞아 CNN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2개월이든 6개월이든 비핵화에 대해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으려 한다”며 “미·북 정상이 제시한 것들을 이행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핵 프로그램 폐기에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할 것이며 미·북 간 긴장관계가 40년 동안 이어진 뒤 바로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덧붙였다.

CNN은 “폼페이오 장관이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들의 데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같은 발언은 2020년을 비핵화 시한으로 제시했던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2020년 마무리" → "시간표 없다"… 후퇴한 비핵화 데드라인
폼페이오 장관은 미·북 정상회담 다음날인 13일 한국을 방문해 “앞으로 2년 반 동안 주요 비핵화가 달성되길 희망한다.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는데 희망적”이라고 강조했다. 다음날 폼페이오 장관은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선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시간표를 알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CVID가 미·북 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 들어가지 않은 것에 대해 “‘완전한’이란 말은 ‘검증 가능한’이란 말을 아우르는 것”이라며 “누구도 입증이나 증명 없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수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CVID에 전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당시 미·북 공동합의문에 비핵화 시간표와 CVID 원칙이 담기지 않은 데 대해 제기된 비판을 무마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CNN 인터뷰를 통해 비핵화 시간표 발언을 10여 일 만에 번복했다.

◆‘매티스 패싱’으로 미 국방부도 오락가락

북한 비핵화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미 국방부도 말을 바꾸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24일 로이터통신을 통해 “곧 북한에 특별한 요구사항을 담은 구체적인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핵화 시간표가 없다”는 폼페이오 장관 발언이 알려지자 미 국방부는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데이나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국방부는 현재 진행 중인 북한과의 지속적인 외교적 절차를 지원하는 데 전념할 것이며 이 절차에는 구체적인 시간표가 없다”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가 오락가락한 것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상황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NBC방송은 이날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정책 결정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면서 미 대사관 이전을 추진했는데 매티스 장관이 반대하면서 두 사람의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며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매티스 장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매티스 장관은 26~28일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북한 비핵화 과정에 중국의 역할을 강조할 전망이다. 28일 서울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만나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전시작전권 전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인설 기자/워싱턴=박수진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