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미국 국채 금리 연 3%대 재진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증시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의 여파로 1주일 새 코스피지수가 200포인트 넘게 빠졌던 지난 2월의 ‘공포 장세’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23포인트(0.09%) 내린 2474.10에 마감했다. 장 초반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 주문이 쏟아지면서 오전 한때 2466선까지 떨어졌다가 오후 들어 하락 폭이 줄어들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93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 20일(4910억원어치 순매도)에 이어 이틀 연속 ‘팔자’를 이어갔다. 외국인이 2거래일간 6000억원어치 넘는 유가증권시장 주식을 내다판 것은 지난 2월2, 5일(9282억원어치) 이후 처음이다.
한국 증시에 또 드리운 '美 국채금리 공포'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미국 내 급격한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횟수(당초 시장 예상은 3회)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한 여파가 컸다”고 말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0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전날보다 0.0485%포인트 오른 연 2.9616%에 마감했다. 2014년 1월9일(연 2.9674%) 이후 4년3개월 만의 최고치다. 미국 선물시장 참가자들이 예측한 ‘Fed의 올해 네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은 한 달 전 28.56%에서 23일 40.28%(페드워치 집계)로 높아졌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기업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증시에서는 통상 악재로 받아들인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67곳(증권사 세 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기업)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22일 기준 203조89억원으로 3개월 전(209조7633억원)보다 3%가량 감소했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스트래티지본부장은 “원화 강세와 미·중 간 통상마찰 우려로 국내 수출 기업의 올해 이익 전망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 긴축’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까지 줄어들면 국내 증시도 상승세로 돌아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스피지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0.15%포인트 급등한 지난 2월 초 2560대에서 2360대까지 급락한 뒤 두 달이 넘도록 25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도 124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그 여파로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0.15포인트(1.14%) 떨어진 879.02에 마감했다. 미국 금리 상승의 여파로 이날 국내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전날보다 0.054%포인트 급등한 연 2.725%로 마감했다.

하헌형/노유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