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금감원의 '발행분담금 자가당착'
“남은 발행분담금은 결산 후 감독분담금 잔액과 합쳐 감독분담금을 낸 회사들에 납부비율대로 반환할 계획입니다. 발행분담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건 사실과 다릅니다.”

금융감독원이 주식·채권 등을 발행한 기업들로부터 걷는 발행분담금 잔액을 돌려주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본지 4월19일자 A23면)가 나간 뒤 금감원 관계자가 내놓은 해명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위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금감원의 이런 해명은 결국 비금융회사가 상당액을 부담하는 발행분담금 잔액을 금융회사들과 ‘나눠 먹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는 것처럼 들린다. 금감원의 주된 수입원(2018년 예산 기준)은 감독분담금(2810억원, 77.5%)과 발행분담금(681억원, 18.8%)이다. 감독분담금은 은행·증권사·보험사 등이 나눠서 낸다. 반면 발행분담금은 금융사뿐 아니라 주식·채권 등을 발행하는 모든 기업이 증권신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하면서 내는 돈이다. 삼성전자처럼 발행 규모가 큰 비금융사의 비중이 더 높다. 그런데도 남은 발행분담금을 감독분담금을 낸 비율대로 분배하겠다는 것은 비금융사에 대한 역차별이다.

이번 개정안의 더 큰 문제는 감독분담금의 ‘성격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발행분담금은 금감원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여서 잔액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한다. 이들 기관은 감독분담금 역시 ‘금감원이 제공하는 검사와 각종 감독서비스의 대가로 받는 수수료’라고 본다. 그렇다면 감독분담금도 발행분담금과 마찬가지로 납부한 회사에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하지만 금융위는 여전히 남는 감독분담금은 반환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감독분담금은 금융사들로부터 반강제적으로 걷는 ‘준조세’라 수수료인 발행분담금과는 애초부터 성격이 다르다”고 자인한 셈이다.

결국 금감원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라리 감독분담금을 준조세로 보고 부담금관리기본법상의 부담금으로 지정해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나오는 이유를 금감원 측은 곱씹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