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유커) 수가 1년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내수 회복세는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유커의 귀환’에도 불구하고 올해 최저임금 인상(16.4%)에 따른 고용시장 악화와 건설업 투자 부진 등이 내수 경기를 짓누르는 모양새다.
발길 돌렸던 유커 돌아왔지만… 내수경기는 여전히 찬바람
◆13개월 만에 돌아온 유커

기획재정부가 13일 발표한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3.3% 늘어났다. 지난해 2월(8.1%) 후 13개월 만의 첫 증가다.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3월 중국 당국이 한국 단체관광 금지령을 내리면서 40.0% 감소한 뒤 매달 30~60% 줄어들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지난달 내수 회복세는 주춤했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0% 늘어 2월(1.3%)보다 증가세가 둔화됐다.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올 2월 8.5%(전년 동월 대비)에서 지난달 5.5%로, 할인점 매출은 같은 기간 24.7%에서 14.9%로 주저앉았다. 신용카드 국내승인액 증가율은 4.2%에서 4분의 1 수준인 1.2%로 감소했다.

향후 지출 전망 등이 반영된 소비심리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108.1로, 작년 10월(108.9)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용 악화되고 투자도 부진

전문가들은 내수경기 부진의 주요인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시장 악화를 지목하고 있다. 지난달 실업률은 4.5%로, 17년 만의 최고치(3월 기준)로 치솟았다.

투자 부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지난 2월 8.1%(전월 대비) 늘었던 건설 투자는 건축 공사실적이 감소하며 지난달 감소세(-3.8%)로 전환했다. 설비 투자는 1.3% 늘었으나 전월(5.4%)과 비교해선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 편중이 심해지면서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출은 지난달 515억8000만달러로, 역대 3월 수출 중 처음으로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반도체 품목을 제외한 수출은 오히려 0.9% 감소했다. 무선통신기기(-15.5%) 평판디스플레이(-16.5%) 선박(-31.0%) 등 다른 주요 품목은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3% 성장 가능할까

경기 전망과 관련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고용이 부진하면 단기적으로 가계소득이 줄고 소비가 위축된다”며 “고용 부진은 인적 자본의 축적을 막아 잠재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월과 마찬가지로 3.0%로 유지했지만 민간에선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8%로 예상하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 부담을 늘리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동 정책이 국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구조조정과 환율 문제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김일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