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론’ ‘헬조선’이란 용어가 일상처럼 사용되고 있다. 재벌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시선도 마냥 곱지만은 않다. 고위공직자 청문회와 재벌들의 국세청 세무조사 때 불거진 상속·증여 이슈에 여론의 눈총이 따가운 이유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합법적인 절세 툴에서 증여를 했는데도 ‘국민감정’을 건드려 역풍을 받았다는 것. 이에 상속 및 증여세의 절세와 편법 사이에서 논란이 된 사례를 짚어보고, 합법적인 절세 플랜을 알아봤다.

◆자식과 손주에게 분할증여

최근 상속·증여 문제로 홍역을 치른 사람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홍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쪼개기 증여 논란’이 편법이냐, 절세냐를 놓고 잡음이 이어졌다.

홍 장관은 2014년부터 2년에 걸쳐 장모 소유 아파트, 상가, 건물 등을 본인 부부와 중학생 딸의 이름으로 각각 지분을 나눠 증여받았다. 문제는 미성년자인 홍 장관의 딸이 외할머니에게 거액의 부동산을 물려받은 데 이어 그에 따른 증여세도 어머니의 도움으로 해결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홍 장관의 경우 편법이 아니라 합법적인 증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소위 쪼개기 증여는 부모가 아들과 배우자에게 분할해 증여하고, 나아가 장인 또는 장모가 딸과 사위에게 분할해 증여하는 방식을 말한다. 제3자 증여와 달리 직계존비속 간 증여는 가장거래로 보기 어렵다. 과세관청 역시 직계존비속 간 분할증여는 증여재산공제를 한 번만 적용하는 것으로 제재하고 있을 뿐 그 자체를 위법한 거래로 보고 있지는 않다.

◆상대방의 직계후손에게 교차증여

부모들이 서로 상대방의 자녀에게 증여하는 교차증여가 심심찮게 이뤄지고 있다. 증여세는 증여자별 재산가액에 누진세율을 적용해 산정하고, 동일인에게 재산을 증여받으면 10년 이내의 증여재산을 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 산정한다. 그래서 증여받는 사람이 한 명에게 2억원을 증여받는 것보다 두 사람에게 1억원씩을 증여받는 경우 증여세가 줄어들 수도 있다. 이것은 절세일까, 편법일까?

모 회사 주주인 A씨와 B씨는 그들의 직계후손에게 회사 주식을 증여하지 않고, 상대방의 직계후손에게 상호 교차해 주식을 증여했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이들이 합산과세로 인한 증여세 누진세율을 적용받지 않기 위해 편법적인 거래를 했다고 봐 주식을 증여받은 9명의 후손에게 증여세를 부과했고, 대법원은 이런 교차증여를 세법에 따라 그 실질에 맞게 A씨와 B씨가 그들의 직계후손에게 직접 증여한 것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7년 2월15일. 선고 2015두46963 판결). 그 결과 처음부터 직접 증여를 한 경우보다 가산세 등의 부담으로 오히려 납부할 세금이 늘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A씨, B씨의 교차증여 목적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증여세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거래 형태나 거래 단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행위는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오히려 세법상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정 한경머니 기자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