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29일 오전 10시20분

NH투자증권이 최근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한 SK케미칼 예스코 등의 지배구조 개편 자문 업무를 싹쓸이하고 있다. 재계의 지배구조 개편 밑그림을 이 증권사가 그리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대기업들이 지배구조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거래의 주관업무를 줄줄이 따내면서 적잖은 수수료 수익도 올리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SK케미칼 예스코 등과 지주사 전환 자문 계약을 맺었다. 지주사인 롯데지주를 출범한 롯데는 물론 SK 한국타이어 넥센 현대중공업 일동제약 홈센타 등도 이 증권사의 지주사 전환 자문 고객이었다. 지주사 전환이 예상되는 현대자동차와는 자문계약을 체결하진 않았지만 실무진에 여러 조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까지는 샘표식품 크라운제과 경동도시가스를 미래에셋대우가, BGF리테일 매일유업은 대신증권이 지주사 전환 자문을 맡았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지주사 전환 업무가 NH투자증권으로 몰리고 있다. 거래 숙련도와 전문성에서 다른 증권사를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NH투자증권은 기업의 회사채와 유상증자 거래를 관할하는 인더스트리본부(본부장 윤병운 상무)가 자문 거래를 총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이 이어지자 NH투자증권도 ‘자문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 증권사는 지배구조 자문 계약을 맺으면 기업마다 고민하는 문제를 매끄럽게 해결할 수 있는 여러 지배구조를 설계해 제공한다. 순환출자·상호출자 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짜는 것은 물론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거나 후계 승계를 위한 개편 방안도 마련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부수적 거래로 수익을 내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을 통해 수십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지난해 6월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로보틱스 지분(7.98%)에 대한 블록딜 주관사로 선정됐다. 또 같은해 11월에는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이 진행한 6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주관사로 뽑혔다. 오는 3월 이뤄질 현대중공업의 1조2875억원 규모 유상증자에서도 대표주관사로서 22억원가량의 수수료를 올릴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의 IPO 대표 주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지주사 전환을 발표한 예스코를 통해서도 적잖은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예스코는 자기주식 공개매수 대금(약 810억원) 가운데 일부인 500억원을 NH투자증권으로부터 차입했다. 아울러 공개매수 대금 준비금(900억원)을 모두 NH투자증권에 개설한 계좌에 입금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