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대출 옥죄기에 나선 가운데 부동산 업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과 ‘주거복지로드맵’ 등 부동산 시장 파급력이 큰 정책 변수가 줄줄이 남아있어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5개월 동안 부동산 관련 규제는 네 차례 발표됐다. 6·19 대책을 시작으로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란 평가를 받았던 8·2 대책과 9·5 추가조치가 40여일 간격으로 나왔다. 가계부채대책은 한계차주 대출 억제와 취약차주 지원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공표했다는 데서 사실상 부동산 규제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대책으로 당장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지는 않겠지만 ‘태풍’은 끝나지 않았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다음 달 발표될 주거복지로드맵은 향후 5년 동안의 공적임대주택 공급안이 담길 예정이지만 다주택자들의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유도방안이 핵심이다. 총 주택재고의 6.3%에 불과한 공공과 민간 등 공적임대주택의 재고를 2022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을 웃도는 9%대까지 높인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이를 통해 임대소득과세 또한 현실화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하지만 민간임대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꾀한다는 데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국회에서 발의되고 있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 시장 관련 법안들에 대해 임대인들은 강한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민간임대사업자 육성 방안이 구체화된 후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태풍의 핵이라는 평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융완화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되고 있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12월엔 금통위가 열리지 않는 만큼 연중 금리인상 여부는 11월30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이미 시중은행에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대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금리인상 국면에 접어들고 내년 상반기 양도소득세 중과가 적용되면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쌓이고 호가 또한 큰 폭으로 내려가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상 논의는 태풍이 될 가능성이 높은 ‘열대저압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보유세 인상과 관련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지만 최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선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당 일각을 중심으로 한 보유세 인상 움직임이 내년 지방선거 이후부터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 당시 “더 많은 부동산 대책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있다”고 말했지만 남은 대책은 사실상 보유세 인상이 유일하다는 평가다.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됐던 종합부동산세는 이명박 정부 들어 ‘질투의 경제학’이란 비난을 받으며 무력화된 바 있다. 이를 종전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는 게 보유세 인상 논의의 골자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의 조타수로 불리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종부세의 설계자’이기도 하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8·2 대책을 통해 부동산정책이 총망라되면서 시장에 유효한 정부의 규제 수단이 남지 않게 됐다”며 “단기적으론 무리겠지만 보유세 인상을 궁극적인 처방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