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금융감독원의 채용비리 등 위법행위를 무더기로 적발했다. 강도 높은 내부 개혁 주문이 더해지면서 금감원의 인적·조직 쇄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감사원이 금융감독원에 대한 기관운영감사를 실시한 결과 신입 일반직원 채용업무에 대한 부당행위가 드러났다.

이번 채용비리에는 인사 최고 책임자인 수석부원장부터 국장, 팀장급 등 실무자까지 광범위하게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변호사 특혜 채용비리에 이어 또다시 금감원에서 채용비리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신입직원 채용계획'에 따라 경제학 분야 11명 등 5급 신입 일반직원 53명을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채용담당자들이 일부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채용인원을 늘리거나 자격 미달인 지원자를 특별전형으로 채용하는 등 채용과정을 불투명하게 운영했다.

감사원은 금융감독원장에게 부당한 채용업무를 주도한 전 총무국장 등 4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하고 직원 2명에 대해선 문책(경징계이상)을 요구했다. 수석부원장 등 3명에 대해선 금융위원장 및 금감원장에게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금감원 임직원들의 부적절한 금융상품 투자 사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점검 대상은 최근 5년간 기업정보 업무를 수행한 임직원 138명이었다. 조사 결과 타인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자기 계산으로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하고(2명), 매매내역을 미신고하거나(4명), 상품 매매내역을 통지하지 않았다(12명). 또 비상장주식을 보유하면서 미신고한 이도 32명에 달했다.

조직, 예산 경영도 방만하게 운영됐다. 금감원의 수입예산(감독분담금, 발행분담금, 한은출연금)은 지난해 3256억원에서 올해 3666억원으로 410억원(12.6%) 증가하는 등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최근 3년간 평균 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금감원의 예산 급증은 상위직급 및 직위수 과다, 국외사무소 확대, 정원외 인력(255명) 운영, 인건비 및 복리성 경비 증가 등 방만경영에 기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특히 감독분담금이 급증한 점을 우려했다. 금감원이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에 배분·징수하는 감독분담금은 최근 3년간 평균 13.6% 증가했으며, 올해는 전년대비 17.3% 늘었다.

감사원은 감독분담금 급증의 원인으로 감독관청인 금융위원회의 통제가 느슨하다고 지적하며, 향후 기재부장관의 심사를 받아 요율을 변경하고 운용보고서를 매년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결과는 감사원이 지난 3월13일부터 4월21일까지 한 달여간 금감원의 인사, 예산 등 기관운영 전반과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 금융소비자 보호 등 주요사업을 들여다본 데 따른 것이다.

감사원 측은 "이번 감사로 인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감원은 금융감독 업무 타당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금감원 조직 운영 전반의 효율성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이다"고 언급했다.

지난 11일 취임한 최흥식 금감원장이 내달까지 조직쇄신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감사원의 결과가 쇄신안에 얼마나 반영될 지 주목된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