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주식형 공모펀드에서 4조9433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반면 한국형 헤지펀드 규모는 6조457억원 불어났다. 공모펀드 수익률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밑돌면서 실망한 자금이 주식형 공모펀드를 떠나 헤지펀드로 흘러든 결과다.

차별화된 선구안과 시장 상황에 맞춘 다양한 운용 전략이 한국형 헤지펀드의 인기 비결이다. 안정적인 자산운용사를 뛰쳐나와 헤지펀드 시장의 스타매니저로 부상한 3인의 투자 노하우를 들여다봤다.
[헤지펀드 고수들의 투자 노트] "순이익 대신 현금흐름, 재무정보보다는 사업모델을 봐라"
1등주 투자에 강한 제이앤제이

최광욱 제이앤제이자산운용 대표는 과거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대표하는 스타 펀드매니저였다. 최 대표가 회사를 차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강남 자산가를 중심으로 1000억원 안팎의 자금이 순식간에 유입됐다. 이 회사 펀드들은 연초 이후 지난 15일까지 21~34%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최 대표는 기업을 고를 때 영업이익 등 재무 정보를 크게 중시하지 않는다. 대신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평가한다. 기업이 △가격 결정권을 갖고 있는지 △제품 포트폴리오의 다변화가 가능한지 △중국 등 일부 국가에 매출이 쏠려 있지는 않은지 등을 고려한다.

최 대표는 몇 년 전만 해도 SK하이닉스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쳐다보지 않았다. 경기 상황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큰 데다 제품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치킨게임 끝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 개 기업의 글로벌 과점 체제가 형성되자 적극적인 투자로 돌변했다. 최 대표는 “살아남은 기업의 가격 통제권이 커지면서 이익의 질이 높아졌다”며 “‘4차 산업혁명’이란 산업 환경 변화의 수혜주라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정보기술(IT) 소재주는 여전히 좋게 보지만 IT 장비 업체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수주산업의 특성상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본업 외에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기업에도 후한 점수를 준다. LG이노텍이 대표적이다. 최 대표는 “IT 기업이지만 차량용 발광다이오드(LED) 램프 등 자동차 부품 회사로 변모하면서 새로운 기업 가치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멀티 전략의 신흥 강자, GVA

박지홍 GVA자산운용 대표는 안다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팀장 시절 ‘안다크루즈’ 펀드를 출시 3년 만에 26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헤지펀드로 키운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주식 롱쇼트와 메자닌 투자 등 ‘멀티 전략’ 운용에 국내 1인자로 꼽힌다. 지난 5월 독립했다.

그는 기업이 매년 손에 쥐는 현금을 중요하게 본다. 현금 흐름을 판단하는 대표 지표인 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EBITDA)에서 투자 비용을 제외한 이른바 ‘프리 캐시플로’에 집중한다.

연 10% 수익을 목표로 한 기업에 투자한다고 가정해 보자.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다. 박 대표는 기본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순이익/자기자본) 지표에서 ‘순이익’ 대신 ‘프리 캐시플로’ 개념을 대입한다. 이 비율이 10% 이상이면 투자한다.

박 대표는 “한 해에 1조원을 벌어도 매출채권이 회수되지 않거나 설비투자가 늘어 회사엔 남는 돈이 없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홈쇼핑이나 게임개발 업체처럼 현금이 꾸준히 쌓여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이 일치하는 기업들은 주가 상승 여력이 높다는 판단이다.

롱쇼트 전략의 간판 주자, 유경PSG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출신인 장동원 유경PSG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장은 고평가 주식을 팔고(쇼트) 저평가 주식을 사는(롱) ‘롱쇼트 전략’을 활용해 매달 0.5~1% 안팎의 꾸준한 수익을 내는 매니저로 유명하다. 지난해 박스권 장세에서도 6~7% 수익률로 코스피지수를 3%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가치 투자자인 장 본부장 역시 기업의 현금 흐름을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 다만 현금 흐름을 확인하는 지표가 박 대표와 다르다. 그는 시가총액 대비 순현금비율에 방점을 찍는다. 그동안 쌓아둔 현금이 회사의 안정성을 증명할 뿐만 아니라 향후 투자나 배당을 늘릴 기반이 된다는 설명이다. LG그룹의 광고 물량을 꾸준히 따온 지투알(옛 LG애드)이 대표적 사례다. 시가총액은 1500억원 안팎이지만 작년 말 기준 순현금은 950억원에 이른다.

PBR과 ROE도 눈여겨보는 지표다. 평가가격 대비 높은 수익을 내는 종목을 찾는 데 활용한다. 배당수익률도 빼놓지 않는다. 배당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현금 흐름이 꾸준하다는 것과 같은 뜻이기 때문이다.

■ 한국형 헤지펀드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연 5~10%의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한 종류다. 금융당국 허가를 받은 자산운용사, 증권회사 등이 운용한다. 투자금은 1억원 이상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