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교육청에 몰아주기.’ 내년 교육 예산 편성의 골자다. 국고에서 각 시·도교육청에 지원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만 6조6000억원가량 늘었다. 전체 교육 예산 증가액(6조5563억원)을 웃도는 돈이 교육청에 배정되면서 대학 등 고등교육과 평생·직업·국제교육용 예산은 줄거나 동결됐다.

교육철학의 실종… 고등·융합·국제교육 '찬밥'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 교육 예산은 68조1880억원이다. 올해(2017년 본예산)보다 10.6% 증액됐다. 부문별로는 유아 및 초등교육 예산이 많이 늘었다. 6조5832억원이 늘어난 53조원가량으로 책정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부분 지방교육재정 확충용”이라며 “고교학점제 등 고교체계 개편, 혁신학교 확충, 기초학력보장 등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시·도교육청이 해야 할 사업에 쓰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에 연동(20.27%)돼 지급된다. 내년엔 6조6262억원이 책정됐다.

늘어난 교육 예산 대부분이 교육청에 쏠리면서 다른 부문 예산은 대폭 구조조정을 면치 못했다. 대학 부분이 대표적인 사례다. 산학협력용 재정지원액이 약 500억원(15%) 축소됐다. 서울대 교수 인건비 등으로 쓰이는 출연금도 120억원 감소했다. 전문대도 피해를 면치 못했다. 유일한 재정지원 사업인 특성화전문화대학육성사업에서 10% 감액 조치를 당했다. 다만 공공성 강화와 관련한 고등교육 예산은 대폭 늘어났다. 교육부는 ‘지잡대’로 전락한 국공립대 재건을 위해서만 800억원가량 늘어난 1000억원을 지출하기로 했다.

4차 산업혁명 예산들도 초라하긴 마찬가지다. 미국의 STEAM(과학기술 기반의 융합적 사고력과 실생활 문제해결능력 배양을 위한 교육)을 모방해 만든 융합인재교육 예산은 고작 6억원 증액됐다. 평생·직업·국제교육 예산은 320억원 감액됐다.

교육 전문가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누리과정과 관련해 교육청에 대한 이중지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내년에 들어갈 어린이집 지원액 2조586억원을 전액 국고에서 내기로 했다. 올해 국고 지원액은 8600억원이다. 각 시·도교육청은 작년까지 부담해야 했던 약 1조2000억원을 경감한데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까지 늘어난 셈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교육감들이 내년 선거의 재선을 노리고 정치적인 동기로 움직인다면 자칫 교육의 공공성 강화라는 새 정부의 목표까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