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투기꾼으로 몰아놓고선… 두 얼굴의 청와대"
서울 성수동에 사는 직장인 우모씨(44)는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의 다주택 목록을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 청와대 고위 참모진 절반이 2주택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우씨는 서울 동작구 재개발 입주권과 현재 거주 중인 집을 소유한 2주택자다. 기존에 살던 단독주택의 재개발 사업이 언제 완료될지 몰라 직장 인근의 전용 84㎡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는 “정책 입안자들이 모범이 되지 못하는데 누가 믿고 따르겠느냐”며 “본인들은 그동안 다주택자로 살면서 이제 와 2주택 이상 소유자를 투기꾼으로 몰아가는 태도가 이중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25일 재산등록 현황을 공개하자 청와대 내 다주택자들을 향한 시장 참여자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살며 은퇴 후 거주 목적으로 고향인 충북 충주시에 단독주택을 보유한 김모씨(56)는 “정부 관계자처럼 다주택 소유자 대부분 각자의 사정이 있다”며 “‘살 집이 아니면 파시라’고 말한 장관이 거주하지도 않는 집을 가지고 있으면 되느냐”고 반문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과 경기 연천군에 한 채씩을 소유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초 “‘8·2 부동산 대책’의 특징은 집 많이 가진 사람이 불편해지는 것”이라며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이나 매도를 권했다.

청와대는 27일 “다주택 소유자는 은퇴 후 거주, 모친 부양, 지방 출장 등이 목적”이라고 해명했지만 현장에선 이를 변명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자녀 교육 목적으로 서울과 부산에 한 채씩을 소유한 박모씨(48)는 “청와대 참모진의 다주택 소유가 시세 차익 등을 노린 투기가 아니더라도 다주택자 자체를 투기세력 또는 사회악으로 몰아가는 현 상황에서 ‘우리는 이런 사정이 있으니 이해해달라’고 말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투기 목적이 아니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얻을 수 있는 시세 차익도 분명 염두에 뒀을 것”이라며 “정부가 말하는 투기세력과 실소유자는 구분이 불가능한 동전의 양면”이라고 꼬집었다.

무주택자도 불만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노원구에 전세로 거주하는 서모씨(32)는 “무주택 실소유자가 대출받아 집 한 채 마련할 수 있는 길은 막아 놓은 사람들이 두 채씩 소유하고 있다”며 “정부 관계자가 집을 언제 처분하는지 반드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