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불만 제기…규제 비켜난 수도권 '풍선효과'도 아직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1주일이 지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은 매도·매수자의 관망세가 뚜렷해지고 거래가 뚝 끊긴 상황이다.

'8·2 대책'을 비켜간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수도권에서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머문 곳들도 아직 '풍선효과' 등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는 않은 상태다.
[8·2대책 일주일] 멈춰선 서울 아파트 시장… 거래 뚝·관망세 뚜렷
◇ 강남·북 모두 "거래 중단"…세무조사 뜨자 '임시 휴업'
9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매도자도 매수자도 서로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 "거래는커녕 문의조차 크게 줄어서 '개점휴업'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강북권 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단지는 거래를 아예 못 하고, 기존 아파트도 대출 제한에 세무조사 이야기 등이 나오면서 문의가 뚝 끊어졌다.

거래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 중개업소 관계자도 "매도, 매수 때문에 걸려오는 전화는 없고 현재 상황이 어떤지 묻는 전화만 온다"며 "1주일 정도 시간이 흘러 이제는 정보가 많이 입수돼서 그런지 오히려 더 잠잠해졌다"고 말했다.

한시적으로 매매가 가능한 강남의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대책 발표 전보다 2억~3억이 떨어진 급매물이 나와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재건축 조합이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기 전이어서 이번주 초까지 거래가 가능했던 반포주공1단지에서는 전용 84㎡ 급매물이 2건 나왔고, 각각 대책 발표 전보다 3억원, 2억원 내린 25억원과 26억원에 매매됐다.

개포주공1단지에서는 호가가 3천~4천만원 내려간 매물이 나왔지만 매수자가 없어 거래가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강남구 개포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개포주공1단지에서도 2003년 12월 이전에 산 분들은 매매가 가능하니까 꼭 팔아야 할 사정이 있는 분들이 호가를 3천만~4천만원 정도 낮춰서 매물을 내놨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 안 팔린다"고 말했다.

재건축이 진행 중인 반포 한신3차에서는 대책이 발표된 2일 오후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가, 자금 출처를 따지는 세무조사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 만에 계약을 해지한 사례도 있었다.

'갭투자의 성지'라고 불렸던 노원구 등 강북권에서는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일부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매도자들의 관망세가 더 강한 상태라고 한다.

노원구 상계동의 S공인 대표는 "팔려다가 못판 사람들이 일부 매물을 내놓긴 하는데 오른 금액 그대로 내놓고 있다"며 "무엇보다 찾는 사람이 아예 없다"고 했다.

용산구 한강로2가동 H공인 대표는 "다주택자인 집주인들도 상담은 많은데 팔아달라고는 하지 않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8·2 대책'을 피해 청약조정대상지역에 머문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는 당초 '풍선효과'가 기대됐으나, 호가 변동도 없고 '눈치보기' 탓에 거래도 별로 없다고 중개업소들이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 국세청이 이날부터 주택 가격 급등지역의 중개업자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나서면서 강남구 서초동과 송파구 잠실 일대 부동산들 대부분은 문을 걸어 잠그고 휴업에 들어갔다.

강북권에서도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들은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거래도 안 되는데 세무조사까지 한다"고 불만을 드러내며 '일시 휴업'을 고민하고 있다.
[8·2대책 일주일] 멈춰선 서울 아파트 시장… 거래 뚝·관망세 뚜렷
◇ 실수요자 불만 제기
대책 발표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실수요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대책 발표 다음날인 지난 3일부터 강남권의 상당수 재건축 단지의 매매가 사실상 금지되면서, 새 집을 구입하거나 분양을 받아놓고 기존 집을 정리해 '갈아타기'를 하려던 이들이 원래 살던 집을 팔지 못해 난감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건축 단지에 1회에 한해서 매매를 허용하는 유예 조항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아파트를 팔겠다고 생각하고 이사할 집을 미리 사둔 사람들이 대책 발표 직후 곧바로 매매가 금지돼 집을 못 팔게 되고, 계약한 집은 잔금을 치러야 해서 난감해 하는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서초구 반포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1주택자로 반포에 오랜 기간 집을 한 채 갖고 있던 사람들이 1회 양수·양도도 금지되다 보니 '아예 못 팔게 하면 어쩌란 거냐. 우리가 투기꾼이냐'라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투기지역에 대해 일괄적으로 대출 한도를 줄인 데 대한 불만도 있다.

노원구 중개업소 관계자는 "18평형에 살다가 착실히 저축해서 25평형으로 옮겨가려고 집을 알아보던 실수요자가 대책 발표로 대출이 획일적으로 줄면서 집을 못 옮기게 된 사례가 있었다"며 "투기도 아니고 알뜰히 돈 모아서 집 장만하려던 사람까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