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교육청 앞에서 임용시험 선발인원 축소 방침에 대해 항의집회 하는 교대생들.
4일 서울교육청 앞에서 임용시험 선발인원 축소 방침에 대해 항의집회 하는 교대생들.
전국 시·도교육청이 올해 공립초등학교 교사 임용시험 선발예정 인원을 전년 대비 40%나 줄였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846명에서 올해는 8분의 1인 105명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교육당국은 예견된 수요 절벽에도 손을 놓았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크게 두 가지 요인이 꼽힌다. 저출산 여파로 학생 수가 줄면서 초등교사 정원 자체가 감축됐다. 임용시험에 합격했지만 학교에 부임 못한 미발령자가 적체된 것도 한 이유다. 두 요인의 간극이 ‘임용 절벽’을 불렀다. 초등교사 수요는 줄어드는데 당국은 도리어 최근 수년간 초등교사를 더 뽑았다.

전문가들은 “어떤 상황을 맞을지 뻔히 보이는데 무대응으로 일관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는 ‘상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7년 전 신생아 수만 봐도 교사 수급 문제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대책 마련을 미룬 끝에 빚은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서울의 초등교사 임용 적정 수요는 400명 정도였으나 두 배 가량인 813명을 뽑았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중앙 정부가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강하게 요구해와 수요보다 많이 선발했다”고 해명했다.
<표>2015~2017년 공립 초등 신규교사 미발령자 현황 / 자료=교육부
<표>2015~2017년 공립 초등 신규교사 미발령자 현황 / 자료=교육부
구조적 요인 외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됐다. 정부가 실수요를 외면한 끝에 벌어진 정책 실패인 셈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매년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국가공무원인 교원 정원을 정한다는 이유에서다.

‘정원 널뛰기’도 문제다. 서울의 경우 최근 5년간 초등교사 모집인원이 2014학년도 990명, 2015학년도 600명, 2016학년도 960명, 2017학년도 846명에 이어 2018학년도 105명(예고)으로 오락가락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해마다 갑자기 정원이 늘었다 줄었다 하면 교원 수급 안정성이 떨어진다”며 “지금처럼 당해년도 임용시험 3개월 전에 고지할 게 아니라 교대가 신입생을 뽑는 4년 전 미리 대략의 선발인원을 예고해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든 교육청이든 수요 예측을 못했다면 무능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정책적 요인이 과잉 개입됐다면 비정상적이라는 점에서 사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4일 교대생들과 면담한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문재인 정부 공약인 ‘1수업 2교사제’ 조기 실현 등 해결책을 적극 찾겠다”고 말했다. 1수업 2교사제는 교원 1만5000~1만6000명 증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번 추가경정예산에는 관련 예산이 포함되지 않아 일러도 내년 하반기부터 적용할 수 있다. 당장 예년의 3분의 2 수준 T.O 확보를 원하는 교대측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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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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