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 꽃시장_한경 DB
스승의날 꽃시장_한경 DB
"우리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 어떠한 선물이나 꽃 한송이도 받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일선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김 모(38)씨는 "김영란법으로 선물이 안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오랜 관념상 그냥 넘어가긴 마음이 편치 않은데 공식적인 문자를 받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며 내심 반겼다.

오는 15일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시행 후 맞는 첫 '스승의 날'이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도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 선물을 주고받는 풍경이 사라진 곳이 많지만 이번 스승의날은 특히나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학부모 상담시즌이 되거나 스승의 날이 가까워오면 엄마들끼리 단체 채팅방에서 서로서로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김영란법 적용이후 이제 그런 풍조는 완전히 없어졌다고 봐야죠. 꽃이나 선물은 규정에 어긋나지만 손편지는 허용이 된다고 하길래 아이들이 정성껏 쓴 편지에 사진을 붙여 다함께 전달하기로 했어요."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과 함께 자녀를 둔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약 54%)이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스승의날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선물 해도, 안 해도 부담스럽기는 매한가지(24.7%)', '작은 성의 표시도 못하니 오히려 죄송스러워 부담(19.8%)', '특정 선물은 된다는 등의 뜬소문에 혼란(9.0%)' 등의 응답이 있었다.

특히 자녀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미취학 학부모들은 60%가량이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는 가장 부담을 덜 느낀다고 응답한 초등학생 학부모에 비해 15%포인트(P) 이상 높은 수치다.

"주위에 유치원 다니는 자녀를 둔 집들을 보면 어떤 곳은 '선물을 일체 받지 않는다'고 안내문을 보내오는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어서 엄마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려요. 선물을 절대 받지 않는다는 안내가 오지 않으면 웬지 '그냥 넘어가도 되나'하는 부담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부담감을 느끼는 학부모 중 일부는 이미 선물을 준비할 생각이다. 어린이집·유치원 자녀 부모 중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 중'이라고 밝힌 이들이 28.6%로 선물을 준비하겠다는 초등학생 학부모 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전체적으로는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39.9%로 가장 높았으며, '아이가 직접 쓴 편지나 카드 정도(23.4%)', '카네이션(14.7)' 순의 응답이 나왔다.

'김영란법'이 시행된지 어느덧 8개월이 지났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어디까지가 법 위반이고, 아닌지 헷갈려 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문제가 될 만한 사안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놓았지만 워낙 다양한 사례들이 있어 여전히 혼란스러움을 겪고 있다.

학생 개인이 카네이션을 교사에게 선물하는 것도 김영란법에 저촉된다. 생화뿐 아니라 작년까지는 허용 범위에 들어가는 것으로 판단했던 '종이꽃'도 원칙적으로 위법이다.

권익위에 따르면 스승의 날 허용되는 카네이션 선물의 범위는 '학생 대표가 스승의날에 공개적으로 선물하는 카네이션' 혹은 '졸업생이 찾아가 전달하는 꽃 선물'이다.

네티즌들은 "주지도 말고 받지도 않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반겼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