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차 기상혁명'은 이미 진행중
세종대왕은 세계 최초로 측우기를 이용해 전국 각 지역에서 강우량을 관측했다. 측우기가 세계 최초였을 뿐만 아니라 유럽의 우량계보다 200년이나 앞선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기상혁명’의 선두국가로 기상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이 시기는 혼천의(천문기구), 앙부일구(해시계) 등 기상과 과학을 접목한 여러 종류의 관측기구가 제작돼 기상과 과학 분야가 꽃을 피운 전성기였다. 이렇듯 기상과 과학이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세종대왕의 ‘과학’과 ‘교육’에 대한 특별한 열정 덕분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근대화가 늦어지면서 수치예측자료를 생산하는 2차 기상혁명과 컴퓨터를 이용해 대용량 데이터를 계산, 날씨를 예측하는 3차 기상혁명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다소 뒤처졌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의 등장으로 본격화하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다시금 대한민국의 ‘4차 기상혁명’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선진화한 정보통신기술(ICT)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을 통한 기상정보의 접근성과 위치정보를 사용해 개인별 맞춤형 상세 기상정보 제공이 가능하다는 게 큰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한민국 4차 기상혁명의 시계는 빨리 돌아가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이런 변화의 바람을 인식하고, 4차 기상혁명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상 빅데이터 처리와 계산을 위한 슈퍼컴퓨터용 프로그램인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11년 시작했으며 2019년 완료해 현업에 사용할 예정이다. 또 인공지능, ICT 등 관련기술 융합을 통한 4차 기상혁명의 핵심 정보인 영향예보 생산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외에도 드론을 이용해 관측이 어려웠던 해양과 대기 상공을 관측하는 무인관측기술 개발과 운행 중인 차량에서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이동형 관측자료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서 관측자료가 촘촘하게 생산되면 정확도 높은 고품질의 맞춤형 예보가 가능해질 것이다.

또 지난달 1일에는 ‘기상기후인재개발원’을 개원, 4차 기상혁명에 필요한 전문가 육성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고있다. 한국의 4차 기상혁명은 현재진행형이다.

고윤화 < 기상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