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10일 선고] 극한 치닫는 광장…경찰, 10일 '갑호비상령'
경찰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10일 최고 경계태세인 ‘갑호비상령’을 발령하기로 했다. 탄핵 찬반 단체의 시위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탄핵 찬반 단체는 선고일까지 매일 집회를 열기로 했다. 탄핵 반대 보수단체는 8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3박4일 끝장집회에 들어갔다. 촛불집회도 이날부터 매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선고 당일에는 찬반 단체 모두 헌재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9일부터 비상령 격상

경찰청은 헌재가 탄핵심판 선고일을 10일로 확정하자 비상등급을 격상한다고 8일 발표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대한 비상등급을 현재 ‘경계 강화’에서 9일 을호비상령, 10일 갑호비상령으로 각각 높이기로 했다. 갑호비상령은 치안질서가 극도로 혼란해지거나 계엄이 선포되기 전 등의 상황에서 경찰 전원의 비상근무를 명령하는 가장 높은 단계의 비상령을 말한다.

경찰은 10일 탄핵 찬반 단체의 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강경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헌재 심판에 불복하는 시민단체가 불특정 다수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특정인에 대한 테러를 시도하는 등 치안이 극도로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갑호비상령이 떨어지면 가용 경찰력 전원이 비상근무에 들어간다. 갑호비상령이 내려진 건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때 이후 처음이다.

선고 이후엔 변형된 집회가 일절 금지될 전망이다. 그동안 탄핵 찬반 단체들은 기자회견 형태로 법망을 피해 ‘사실상의 집회’를 열어왔다. 경찰 관계자는 “선고 당일은 헌재 앞에서 소음을 내지 않는 1인 시위나 소규모 기자회견만 허용될 것”이라며 “그동안 시위를 자유롭게 허용했지만 탄핵 선고 이후에는 과격 시위 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어 강경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선고일까지 양측 매일 집회

탄핵 찬반 단체는 릴레이 집회에 들어갔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8일 오전 10시부터 헌재 인근인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앞에서 태극기집회를 열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탄핵심판 선고일인 10일까지 안국역 앞에서 3박4일 집회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철야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탄기국은 “10일 오전 10시 전세버스를 동원해 전국에서 헌재 앞에 모인다”며 “탄핵이 기각 또는 각하될 것으로 믿고 축제를 준비하겠다”고 공지했다. 지난 1일부터 헌재 앞에서 단식하던 권영해 탄기국 공동대표는 이날 오후 1시께 의식을 잃어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김평우 변호사도 이날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인 재판은 원천 무효”라며 “9명의 재판관이 될 때까지 헌재 재판을 미루고 심리를 계속해 반론권 행사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도 이날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11일까지 매일 저녁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며 “10일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승리를 자축하며 11일 도심 집회와 행진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퇴진행동 소속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헌재가 탄핵을 기각할 경우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며 “촛불광장의 열기로 최저임금 1만원 쟁취, 재벌체제 해체 등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발표했다.

김동현/구은서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