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만명 지갑 열어봤더니 월 468만원 벌어 245만원 쓴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석수 씨(43) 부부는 맞벌이로 월 소득 498만원 중 초등학생 딸의 교육비로 72만원을 쓴다. 신한은행은 8일 내놓은 ‘2017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통해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맞벌이 부부의 전형적인 모습을 이같이 소개했다.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40대 가구의 맞벌이 비율은 65%,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으면 맞벌이 비율이 더 높아져 76%로 조사됐다. 신한은행은 성별, 연령별, 지역별 분포를 고려해 전국의 만 20세에서 64세까지 직장인 1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한국인의 경제생활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학생 자녀 둔 40대 부부 70% ‘맞벌이’

이 표본 조사에서 한국인 가구의 월평균 총소득은 468만원으로 집계됐다. 본인 및 배우자의 근로소득과 부동산·금융소득, 기타 소득을 모두 포함해서다. 미혼은 306만원, 기혼은 504만원으로 기혼이 미혼에 비해 1.8배 높은 소득 수준을 나타냈다. 기혼자의 평균 연령(만 47세)이 미혼(만 33세)에 비해 높은 데다 기혼 중에는 맞벌이 가구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학생 자녀를 둔 40대 가구의 맞벌이 비율은 70% 수준이었고, 50대도 65% 안팎으로 큰 변화는 없었다. 자녀들의 취업 시기가 갈수록 늦어지고 있는 데다 취업 후에도 결혼비용 부담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신한은행 분석이다.

평균적으로 매달 468만원을 벌면 52.3%인 245만원을 각종 소비생활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저축 및 투자가 23.7%(111만원)로 많았고 부채 상환이 12%(56만원)였다.

월 자금여유 30대 82만원, 40대 53만원

월 총소득에서 소비·저축·부채상환 등 고정지출을 뺀 잉여자금의 경우 30대 연령층이 평균 81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총소득은 높아지는 반면 아직 아이가 어려 교육비 지출이 적고 상대적으로 미혼 비율이 높아서다. 40대 잉여자금은 53만원, 20대는 52만원이었다. 자녀 교육비 지출이 많은 50대 이상은 월 잉여자금이 43만원으로 가장 빠듯했다. 소득 수준에 따라 저축·잉여자금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월 총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가 최대 8.6배까지 벌어졌다. 월 총소득 상위 20%의 저축·잉여자금은 418만이었지만 하위 20%는 49만원에 불과했다.

지출 격차 가장 큰 항목은 교육비

소득 수준에 따라 소비 금액에서 가장 차이가 큰 항목은 교육비였다. 소득에 따라 월평균 지출액이 21배나 벌어졌다. 월 총소득 상위 20%는 월평균 416만원을 소비하면서 이 중 63만원(15%)을 자녀 교육비로 썼다. 이에 비해 하위 20%는 월평균 소비액 96만원 가운데 3만원만을 교육비로 지출했다. 신한은행은 “식비, 교통비, 통신비, 여가·취미·공과금 등 다른 항목의 소비 금액은 소득 수준별로 최대 4.3배 정도 차이를 보이는데 교육비는 21배까지 벌어져 교육비가 소득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두고 있더라도 연령대에 따라 교육비 지출에도 차이가 났다.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40대 기혼 가구는 한 달에 평균 70만원(월평균 소비의 22.9%)을 교육비로 썼다. 하지만 같은 초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더라도 20~30대 기혼 가구는 35만원(13.4%)으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40대 기혼 가구가 20~30대 기혼 가구에 비해 높은 소득을 바탕으로 자녀 교육열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40대 미혼 직장인의 44%는 결혼할 뜻이 없는 비혼족(非婚族)으로 조사됐다. 소득 수준이 결혼 의향에 미치는 영향도 컸다. 월 총소득 상위 20% 중에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비중은 40.4%였지만 소득 수준이 낮아질수록 이 비중이 높아져 하위 20%는 55.9%에 달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