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배타적경제수역(EEZ)의 어획량을 정하는 한·일 어업협상이 지난 6월 결렬된 이후 반년 가까이 답보 상태에 머물면서 성어기를 맞은 제주 갈치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30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일본에서 열린 '2016년 어기(2016.7.1~2017.6.30) 한·일 어업협상' 제2차 소위원회가 결렬된 이후 아직 재협상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매년 어업협상을 통해 상대방 수역에서 얼마나 조업할지를 협의해왔지만, 올해는 협상 결렬로 7월 1일부터 우리 어선들은 일본의 EEZ에서 조업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직격탄을 받은 것은 제주 갈치잡이 어선들이다.

해수부는 협상 결렬로 7월부터 EEZ에서 잡지 못한 갈치가 150t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집계된 EEZ 갈치 어획량(1천800t)의 8.3%에 해당한다.

하지만 제주 어민들은 정부 통계상으로 잡히지 않는 어획량까지 감안하면 협상 결렬로 인한 피해는 이보다 훨씬 더 크다고 주장한다.

제주 지역을 포함한 7~9월 국내 전체 갈치 생산량은 9천228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09% 급감했다.

11~12월께부터 EEZ에서 잡히는 갈치의 크기가 가장 크고 맛도 좋아 비싼 값에 팔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민 피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6일에는 제주 해상에서 700km가량 떨어진 동중국해에서 조업하던 갈치잡이 어선이 전복돼 승선원 4명이 실종되는 참변까지 발생했다.

어선은 당시 중일 잠정조치수역 중 중국 측의 EEZ에서 허가를 받고 조업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과거 일본의 EEZ에서 조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졌을 때도 우리 갈치잡이 어선 일부가 동중국해까지 내려가 조업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갈치잡이 어선들이 너도나도 원거리 조업에서 나서면서 충돌, 전복 등 각종 사고 위험도 커졌다고 어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상권 근해연승어업협회장은 "지금이 일본 EEZ에 들어가 갈치 조업을 해야 하는 시기인데 안되니까 어선들이 작정하고 동중국해, 멀게는 남중국해 부근까지 내려가고 있다"며 "한번 가려면 3일을 쉬지 않고 항해해야 하는 데다 중국 어선들이 많아져 사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가 하루하루 커져 어민들 불만이 큰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어업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제해달라고 되려 공문까지 보내오는 등 무조건 기다리라고만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양국이 재협상 테이블에 나오더라도 타결까지는 수월하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일본의 경우 우리측 EEZ에 대한 어업 의존도가 높지 않다.

지난 어기(2015년 1월 20일~2016년 6월 29일) 당시 EEZ에서의 어획량만 비교해 보더라도 우리는 할당량의 절반이 넘는 3만7천t을 잡은 반면, 일본은 할당량의 5.8%에 불과한 3천927t만 잡았다.

쉽게 말해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EEZ 조업 중단이 자국 어민들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아도 '아쉬울 것'이 없는 셈이다.

우리 어선이 일본 EEZ에서 위반 조업을 하다 적발되는 일이 해마다 계속 발생하는 점 역시 일본이 입장을 굽히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해 위반 조업을 하다 일본에 나포된 우리 어선 수는 9척이었다.

일본 어선의 위반 사례는 0건이었다.

지난 6월 협상에서도 우리는 갈치 할당량을 2천150t에서 5천t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일본은 자국 수역에서 우리 어선의 위반 조업, 조업 마찰과 자원 감소 등을 이유로 우리 연승어선(갈치잡이배) 입어 허용 척수를 오히려 현재 206척에서 73척으로 줄이겠다고 맞섰다.

해수부 관계자는 "아직 EEZ에서 본격 조업을 할 시기가 아니고 EEZ에서 잡는 갈치의 양이 국내 갈치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큰 영향을 줬다고는 보고 있지 않다"며 "다만 1~4월에 EEZ에서 조업이 집중되는 점을 고려하면 협상이 지연될 경우 수급에 일부 지장을 줄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협상이란 것이 상대국과의 신뢰를 저버리면 안 되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며 "다만 내달 중 재협상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