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에 사무실까지 해외 이전…100명 직원에 수익금 1천억대 기업형도

"음지만 찾아다니는 독버섯 같습니다.단속에 적발되면 숨었다가 다시 은밀하게 키우다가 적발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습니다.적발될 때마다 수법이 치밀해져 단속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불법 스포츠도박사이트를 전문적으로 단속해 온 한 경찰관의 말이다.

인터넷 불법 스포츠도박사이트가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더 은밀하게 숨으면서 국민을 불법 도박의 수렁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최근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3곳을 적발, 운영자 A(36)씨 등 14명을 구속하고, 종업원 B(36)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이트 3곳의 회원은 총 1만9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회원이 입금한 게임머니만 1천341억원에 달한다.

A씨 등은 이 가운데 158억원을 챙겼다.

이들 사이트의 공통점은 모두 해외에 서버를 뒀다는 점이다.

중국과 베트남 등 외국에 본사 사무실까지 차려 국내 수사망을 피해왔다.

서버를 해외에 두는 것은 불법 스포츠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의 수법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 그 경향이 더 강해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해외 서버를 해외에 둬도 운영 사무실은 국내에 차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요즘은 거의 모든 경우 사무실까지 해외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특정 지역에 가면 불법 스포츠도박사이트 운영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고 말했다.

경찰이 불법 스포츠도박사이트를 잇따라 적발해내자, 단속을 피하려는 운영자들이 국내 거점을 아예 해외로 통째로 옮기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경찰이 운영자의 신원을 밝혀내더라도 해외 체류하는 이들을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인터폴 등에 수배 요청을 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남경찰도 이번 단속에 적발된 공범 8명을 인터폴에 수배 요청한 상태다.

한편으로는 불법 스포츠도박사이트 범죄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직원만 100여명에 달하는가 하면, 판돈이 수조원을 넘는 '기업형' 사이트까지 나타났다.

인천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최근 필리핀과 국내에 100명이 넘는 직원을 두고 불법 스포츠도박사이트 8개를 운영한 혐의로 C(44)씨 등 16명을 구속하고 D(30)씨 등 12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800여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겨 달아난 총책 E(42)씨를 비롯한 일당 15명의 뒤를 쫓고 있다.

이 사이트 운영자들이 3년 6개월 동안 회원들에게 입금받은 돈은 3조4천억원, 이 가운데 수익금은 1천400억원으로 확인됐다.

8개 도박사이트 가운데 회원 데이터베이스가 확보된 4개 사이트의 회원만 무려 11만명에 달했다.

한 사람이 여러 곳의 사이트에 가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숫자다.

경찰은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 스포츠도박사이트가 활개를 치는 것은 꾸준히 새로운 도박중독자가 만들어져, 사이트를 통해 유입되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류근실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운영자들이 무제한 배팅부터 쉬운 홀짝 맞추기까지 인간의 요행 심리를 이용, 사이트를 구성하다보니 한번 접하면 계속 빠져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며 "그렇다면, 단속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불법도박 예방교육도 병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도박으로 검거된 사람 대부분 평범한 일반인들로, 불법인 줄 모르고 재미로 시작했다가 큰돈을 잃거나 범법자가 된다"며 "재미로 하더라도 엄연한 불법이므로 사설 스포츠도박을 해서는 안 된다.경찰도 단속을 강력히 펴나갈 방침"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so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