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의 역습 한방과 이어진 '침대축구'에 당하며 4강 진출에 실패한 태극전사들이 '불면의 밤'을 보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4일 오전(한국시간) 치러진 온두라스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에서 0-1로 석패하며 탈락했다.

볼 점유율도 64%-34%로 일방적으로 몰아쳤고, 슈팅수도 16(유효슛 7)-6(유효숫 4)으로 앞섰지만, 온두라스의 한 차례 역습에 실점하며 패배로 나왔다.

온두라스의 결승골을 넣은 알베르스 엘리스는 이날 유일하게 시도한 슈팅을 득점으로 만들었다.

태극전사들은 막판까지 만회골 사냥에 공을 들였지만 스치기만 해도 넘어져 일어나지 않는 온두라스 선수들의 '침대축구'에 가슴을 치며 결국 8강 탈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길 수 있었던 경기에 패하고 난 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한없이 눈물을 쏟아내야만 했다.

경기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은 침묵만 흘렀다.

현지시간으로는 저녁 늦은 시간이라 선수들은 호텔에 도착한 뒤 저녁 식사에 나섰다.

90분 동안 혈투를 치른 태극전사들을 위해 한국에서 동행한 조리장이 내놓은 메뉴는 선수들이 좋아하는 부대찌개와 간장 닭고기 조림이었다.

하지만 경기 전날 떠들썩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선수들은 조용히 식사를 마친 뒤 숙소로 올라갔다.

대표팀 관계자는 "원래 저녁 경기를 치르고 나면 쉽게 잠들지 못한다"며 "안타깝게 패배까지 당해 억울함을 느낀 선수들은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빨리 브라질을 떠나 소속팀으로 복귀하고 싶지만, 비행기 일정 때문에 하루 더 '악몽의 장소' 벨루오리존치에서 머물게 된 것도 선수들로서는 답답하다.

대표팀은 지난달 17일 한국을 떠날 때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경유해 브라질 상파울루로 이동했다.

돌아가는 일정도 이에 맞추다 보니 항공편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현지에서 하루를 보낸 뒤 15일 벨루오리존치에서 출발해 상파울루를 거쳐 프랑크푸르트에서 한국행 비행기로 갈아탄 뒤 오는 17일 인천공항에 도착하게 됐다.

다만 K리그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은 한국으로 돌아오고, 해외파 선수들은 브라질 현지에서 직접 소속팀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