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공해 없는 곳이면 어디든 OK…망원경은 필요 없어요

여름 밤하늘을 수놓을 별비 '페르세우스 유성우(流星雨)'가 12일 밤 10시부터 자정 무렵까지 절정을 이루며 쏟아진다.

별 관측 동호인은 특별한 장소가 아니더라도 '칠흑 같은 어둠'과 '건강한 눈'만 있으면 우주쇼를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늘 밤 이들이 들뜬 마음을 안고 달려갈 전국 별 관측 명소를 소개한다.

◇ 빛 공해만 없다면 어디든 '별 헤는 밤'
경북 영천 보현산 천문대는 널리 알려진 별자리 관찰 명소다.

이곳에 자리한 과학관은 우리나라 천문 연구의 산실이자 만 원짜리 지폐 뒷면에 그려진 국내 최대 구경(1.8m) 광학망원경 등 첨단 천체관측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시설 안쪽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드넓은 밤하늘에 흐르는 은하수가 보인다.

초보자는 별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별이 빛난다.

수도권에 사는 동호인들은 경기 안산시 대부도 곳곳의 빈터를 즐겨 찾는다.

기상 여건에 따라 산간지역 못지않게 다양한 별자리와 태양계 행성 등을 볼 수 있다.

충청지역 동호인들은 청원군 낭성면 단재 신채호 사당, 괴산군 낙영산 공림사 주차장, 금산군 대둔산 배티재 등을 선호한다.

대전에서 차로 20∼30분 떨어진 공주시 마티고개, 상신리 일원도 밤하늘이 깨끗하다.

호남에서는 전남 영광 불갑산 기슭에 자리한 내산서원 주차장이 별 보는 일을 낙으로 삼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쉽게 찾아갈 수 있고 고즈넉한 공간 배경이 선사하는 낭만이 있다.

곡성 성덕산 자락 관음사 주변 주차장과 전북 완주군 화암사 주차장도 부지가 넓어 편하게 밤하늘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리산은 야간 산행 인구가 늘고 출입 통제 구간이 많은 국립공원이어서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많은 동호인이 별을 보기 위해 오른다.

동호인은 유성우를 관측하기 좋은 장소 조건으로 빛 공해 청정지역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지평선을 향해 쏟아지는 유성우의 빛을 가리는 인공불빛이 없기 때문이다.

동호인은 이러한 이유로 산악지형인 강원도를 '별 보는 낙원'으로 여긴다.

셀 수 없을 정도로 관측 명소가 많다.

◇ 망원경이라도 챙겨야 하나?…건강만 눈만 있으면 돼
유성우를 보기 위해 따로 챙겨야 할 관측 장비는 없다.

고배율 관측 장비의 좁은 화각으로는 유성우 속도를 쫓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탁 트인 밤하늘을 배경 삼아 넓은 시각으로 보는 감동만 못 하기 때문이다.

사진 촬영을 하고 싶다면 10∼20㎜ 광화각 렌즈로 장시간 노출 시간을 주는 방법을 동호인들은 추천했다.

유성 궤적과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별똥별을 한 프레임 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조등이나 휴대전화 화면을 켜는 등 빛 공해를 유발하는 행위를 자제하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다.

별 관측 동호인 김창배(45)씨는 "8년여 별 관측 경험으로 카시오페이아 자리 주변 북동쪽에서 떨어지는 페르세우스 유성은 우리나라 밤하늘에서 산발적으로 보이더라"며 "반짝하고 사라지는 찰나의 순간이지만, 유성을 볼 때마다 지구가 파괴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신비로운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