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세이도, 고세 등 일본 화장품 업체들의 중국 매출은 모두 감소했다.

시세이도는 중국사업 부진으로 2014년 1.9%인 해외사업 영업이익률이 0.4%로 급감했다. 일본 메디컬코스메틱은 작년 2월 중국 사업을 철수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도 중국 내 매출이 늘었던 일본 화장품 업체들의 실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 고바야시 가즈토시 고세 사장은 일본의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시장이 변했다”며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시작하면서 현지 매출이 생각보다 안 좋았다”고 말했다. 2014년엔 로레알 그룹 브랜드인 가르니에와 레브론이 중국 사업을 접었다.

중국 소비자들이 ‘메이드 인 차이나’ 화장품을 다르게 보기 시작하면서 10년 전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점유율 10%에도 못 미쳤던 중국 화장품 업체들의 비중이 20%까지 높아졌다. 중국 1위인 상하이자화(上海家化)와 2위인 잘라(Jala·伽藍)의 점유율은 아모레퍼시픽보다 높다. ‘중국산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깨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상하이자화 브랜드인 ‘허보리스트’는 지난 5년간 매출이 두 배 늘었다. 5위인 상하이이노허브의 브랜드 ‘이노허브’ 매출도 5년 동안 세 배로 커졌다.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로 품질을 높인 것이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잘라는 매년 매출의 5%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한 화장품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어떤 화장품을 쓰면 예뻐질 것 같아 그 브랜드를 선택하는 ‘열망(aspiration)’ 측면에선 아직 중국 브랜드가 많이 뒤처지지만 제품 기술력만 본다면 중국 업체들이 한국의 80~90% 수준은 따라왔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