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발표 유력…하루 이틀 앞당겨질 가능성도
후보 지역은 정보전 벌이며 정부 압박 나서

영남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가 임박했지만 발표 일정이나 방식마저 철저히 베일에 싸인 탓에 정계와 지역을 중심으로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사안의 민감성을 이유로 관련 내용을 일체 함구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 무성하다.

19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신공항 용역 결과 발표 시기는 일단 23일이 유력하다.

연구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용역 결과를 24일까지 제출해야 하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가 24일 오전으로 잡혀 그 전에 발표를 마무리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일정을 더 늦출 경우 공정성을 문제 삼는 등 지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26일부터 파나마운하 확장 개통식에 대통령특사로 참석할 예정이어서 24일 이후로 발표를 미룰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다만 국토부가 용역 결과가 나오면 정부내 발표 준비, ADPi 연구용역팀이 프랑스에서 건너오는 시간 등 때문에 그 다음날 발표한다는 입장인데다 일각에서 용역결과가 20일께 나오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볼 때 21∼22일로 전격적으로 앞당길 여지도 있다.

이와 관련해 서병수 부산시장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용역 결과가 20일께 국토부 장관 손에 들어간다고 공식적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찌 됐건 마감 시한이 임박했는데도 발표 일시나 장소가 정해지지 않으면서 '긴급 발표' 형식으로 용역 결과가 공개될 공산이 커졌다.

국토부는 발표 날짜를 미리 예고할 경우 사전 조율 등 또 다른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백지화가 결정된 2011년 3월에는 당시 국토해양부가 열흘 전에 미리 발표 시기를 공지했다.

일주일 전에는 입지평가위원회가 결정한 평가항목과 분야별 가중치 등 평가 기준을 먼저 공개했으며, 당일에는 입지평가단의 항목별 평가점수를 오전 중 최종 산정해 오후에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011년에는 발표를 며칠 앞두고 지역을 중심으로 백지화 가능성이 흘러나오면서 영남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번에는 입지 선정 결과가 밀양에 유리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부산 지역 정가에서 반발이 확산했다.

정부가 탈락한 지역의 민심을 추스를만한 대책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도 엇갈린 보도가 나오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결과 발표 후 심화할 지역갈등 해소를 위해 탈락 지역에 신산업 유치 지원 등 반대급부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일각에서 나오면서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각 후보 지역에서는 입지 선정 결과 발표일을 알아내려고 모든 정보원을 동원하고 나섰으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별로 정부를 압박하려는 막바지 움직임도 한창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20일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공항 입지로 가덕도가 적격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정부에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용역 추진을 촉구할 계획이다.

서 시장은 또 신공항 입지가 가덕도로 정해지면 공항 건설비의 절반만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는 민자로 유치하겠다는 내용의 상생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반면 신공항 유치를 하지 못한 밀양, 대구, 경북 등에는 민간 항공노선 확충이나 산업입지 개발, K2 외곽 이전 비용을 지원해도 좋다는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가덕신공항 추진 범시민운동본부도 21일 부산시의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덕도에 신공항을 유치해줄 것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한다.

부산을 뺀 대구, 경북, 울산, 경남 등 4개 시·도는 20일 오전 대구상의 회의실에서 '남부권 신공항 대정부 공개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들 지자체는 결의문에서 "남부권 신공항 입지는 정치적인 논리를 배제하고 순전히 경제성, 편의성에 중점을 두고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대구경북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도 같은 날 오전 11시 대구상공회의소에서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한다.

추진위는 정부가 어떠한 지역 이기주의나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약속대로 공정하고 투명하며 합리적으로 입지 선정 결과를 발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세종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