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국회의장·운영·법사·기재·예결·국방·정보 필수"
더민주 "국회의장·운영·정무 달라…교문·복지는 원래 우리것"·
'캐스팅보트' 국민의당 "기재·교문·복지·농해수·산업 중 2개"
복잡한 협상구조에 역대 가장 늦게 타결될수도…고조되는 비판 여론

제20대 국회 임기 개시와 함께 여야 3당이 원 구성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오히려 협상이 후퇴하고 있다.

임기 개시 나흘째인 2일 여야가 속에 감춰뒀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3당간 대립 양상이 더 불거지는 형국이다.

특히 전반기 국회의장직을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1석 차이로 제2당이 된 집권여당 새누리당이 서로 갖겠다고 나오면서 사실상 협상은 도로 원점으로 돌아가 백지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캐스팅보트'인 국민의당이 '원내 1·2당 국회의장·법사위원장 분점론'을 제기하고 새누리당도 "국회의장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나오면서 정리되는 듯하던 원 구성 협상이, 국민의당의 '의장·법사위원장 야권 독식론' 전환과 새누리당의 '여당 의장론' 회귀로 다시 암초에 부딪힌 것이다.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의장을 가져가는 대신, 법제사법위원장을 '양보'하겠다고 밝혔고, '양보'란 단어에 발끈한 새누리당은 "더민주가 꼼수를 쓴다"며 국회의장직을 내줄 수 없다고 맞섰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법사위를 과감하게 양보하겠다"면서 "새누리당이 화답할 차례이다.

여소야대 정신에 맞게 야당 출신 의원이 국회의장을 맡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3당 원내대표가 만나 논의할 문제이지, 우 원내대표 혼자 방향을 정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면서 "협치를 해야지 야치(野治)를 하면 안 된다.

협치 정신에 충실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원내정책회의에서 "중재하기가 무척 어렵지만, 국민의 요구가 강하기 때문에 7일 원 구성이 돼야 한다"며 모호한 스탠스를 취했다.

새누리당은 현재 집권 여당으로서 국회의장을 배출하고 국정에 필수적인 운영·법사·기획재정·예산결산특별위·정보위 등을 사수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더민주는 원내 1당으로서 19대 국회까지 새누리당 몫이었던 국회의장, 운영위원장, 정무위원장을 가져가겠다고 맞서고 있다.

국민의당은 기획재정·교육문화체육관광·보건복지·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산업통상자원위원장 중 2개를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렇듯 국회의장직부터 쟁탈전이 치열해지자 야권은 '2야 공조'로 '국회의장 자유투표'도 추진할 수 있다며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고, 이에 새누리당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협상 자체가 멈춰 설 위기에 처했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두 야당이 야합한 의장 표결 처리를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야합을 안 하고 3당이 정정당당하게 협상한다는 공식적 입장이 없으면 신뢰하고 협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 3당의 협상이 주체 간 신뢰 상실과 내공 부족을 드러내면서 이번 20대 국회의 원 구성 협상은 역대 가장 늦게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현행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88년 13대 총선 이후 평균 51일가량(임기개시 기준) 걸렸던 원 구성은 이번엔 두 달을 넘겨 8월에야 완료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여소야대(與小野大)의 20대 국회가 이처럼 과거와 다르지 않은 구태와 정쟁 구도를 재연함에 따라, 새로운 국회에 대한 기대를 했던 국민 여론도 서서히 싸늘해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